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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당장 내달부터 처벌…최저임금 볼모 삼은 勞요구 다 들어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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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처벌유예 목소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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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부담을 고려하면 한국 공장이 아니라 동유럽 공장에 더 투자를 해야죠. 연봉 1700만원만 줘도 구직자가 넘쳐나는데요."

국내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과 1차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A부품업체는 최근 노사 간 합의로 최저임금 미달 사태를 피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본급보다 상여금이 월등히 많은 탓에 정부 최저임금 시급(8350원) 계산법상 일부 미달 직원이 확인돼 격월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으로 바꾼 것이다.

간신히 미달에 따른 정부 처벌 가능성을 피했지만 A사 관계자는 구직에 혈안이 된 한국의 취업준비생들을 생각할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시간을 무리하게 끼워넣는) 계산 방식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인건비 압박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이런 식으로 가면 평균연봉이 6000만원대인 한국 공장보다 3분의 1 수준인 동유럽 공장에서 일자리를 더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6월 말로 최저임금 미달 기업에 대한 정부 처벌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산업계 곳곳에서 처벌을 피하기 위한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유예 마감시한을 빠듯하게 맞춘 A사는 노사 간 통상임금 갈등이 없어 비교적 쉽게 격월 상여금 지급을 월지급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미달직원이 7000명이 넘는 사태에 봉착한 현대차는 상여금 월지급 시 이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할지를 두고 노사 간 기나긴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기본급 인상에 통상임금 적용분까지 더하면 현대차는 연간 최소 수백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현대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승소 판결을 얻은 터라 무작정 월지급에 따른 상여금의 통상임금화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정부 최저임금 산식에 (미달 부분을) 맞추기 위해서는 임금체계를 고임금 구조로 바꿔야 하는 부담에 봉착해 있다"며 "미래차 투자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 (정부 최저임금 정책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매일경제

차업계뿐만 아니라 조선·철강 등 상여금 구조가 높은 업종 기업들에는 이미 한 차례 '최저임금 미달'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이 지난해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감지하고 격월 상여금의 월지급 전환을 추진한 상태다.

유독 자동차 산업에 최저임금 미달 리스크가 집중되는 이유는 바로 노조와 전개되는 만만치 않은 임금·단체협상 문화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노사 간 '2018년 임단협'을 시작한 르노삼성차가 대표적이다. 무려 1년여 동안 부분·전면 파업 사태를 치르며 지난 14일에서야 임단협을 타결지었다. 하지만 이번 타결은 2018년 임금분으로 올해 최저임금 시급 8350원과 연동된 '2019년 임단협'은 일러야 다음달께 노사 간 협상 테이블이 꾸려질 전망이다. 현대차만큼이나 높은 상여금·수당 편중구조를 가지고 있는 르노삼성차에서 정부 최저시급에 미달되는 임직원은 사측 기준으로 200여 명이다. 반면 노조는 최대 6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기업이 포진한 제조업 부문의 최저임금 미달 리스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농림어업 등 미래 산업경쟁력에 위기를 맞고 있는 업종들의 최저임금 미달률은 훨씬 더 높아 6월 처벌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범법 기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양건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최저임금 차등화 법률안 관련)를 보면 2017년 기준 농림어업은 무려 42.8%가 정부 최저임금 고시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뒤이어 자영업자들이 포진한 숙박음식업의 미달률도 34.4%에 달했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2019년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최저임금 시정명령 조치 여부를 두고도 기업·정부 간 소통에 엇박자가 감지되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는 "이달 말까지 정부의 6개월 최저임금 시정 유예 조치가 만료된다. 이 때문에 이달 중 임단협 타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정부 관계자는 "이 기업에 대해 작년 말이나 올해 초 시정을 지시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변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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