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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민원 해결해달라' 첨탑 향하는 이들…고공농성으로 골머리 앓는 경찰·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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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류연정 기자

노컷뉴스

17일 60대 남성이 대구 동구 율하동 박주영축구장에서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였다. (사진=류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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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을 해결해달라며 하늘로 향하는 이들, 고공농성을 벌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경찰과 소방,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오전 5시 40분. 한 남성이 대구 동구 율하동 박주영축구장 높이 20m 조명탑에 오르기 시작했다.

탑을 오른 건 인근 주민 A(62)씨. A씨는 아찔한 높이의 탑 꼭대기에 도착한 뒤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달라던 A씨는 아파트 주변 상습주취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A씨가 탑 위에서 버틴 시간은 무려 8시간.

그동안 경찰과 소방인력 등 약 50여명이 아래에서 A씨를 구조하고 설득하는 일에 힘썼다.

다행히 기나긴 설득 끝에 A씨는 무사히 내려왔다.

노컷뉴스

12일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에서 40대 남성이 CCTV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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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사례는 불과 닷새 전인 지난 12일에도 있었다.

대구 남구 봉덕동 영대병원네거리에서 B(42)씨가 높이 10m의 CCTV탑에 올라 시위를 벌인 것.

그 역시 교통사고 치료 과정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원과 갈등이 빚어지자 이를 해결해달라는 민원 제기 차원에서 고공농성을 했다.

이때는 도로 한 복판에서 고공농성이 진행됐기 때문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기 위해 교통이 통제됐고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고공에 사람 모양의 인형을 늘어뜨린 탓에 행인들이 놀라거나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다.

당시에도 4시간 동안 경찰과 소방인력 수십명이 동원됐다.

이처럼 최근 고공농성이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과 소방당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고공농성이 민원 해결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다.

이런식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사람이 늘면 정상적인 민원 처리 과정이 무시되고 다른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시민 안전 위협과도 직결돼 있어 소방당국의 부담이 커지고 오랜 시간 한 명을 구조하는 데 인력과 시간, 장비를 써야 해 다른 구조 활동에도 차질이 생긴다.

다만 처벌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경찰도 고민에 빠졌다.

과연 고공농성이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지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노조가 미리 예고한 크레인 농성 등은 시위로 인정하고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책임을 묻는다고 했을 때 어떤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 지 애매한 부분도 있다.

공공건조물침입혐의나 경범죄 처벌법상 불안감조성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고공농성이 법률적으로 해당 혐의 요건에 맞을 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

경찰 관계자는 "이런 행위가 타인에게 불편을 주고 행정력을 낭비하게 한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주기 위해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경찰에서도 어떤 법률을 적용할 지, 적용이 가능할 지 등이 확실치 않아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자체는 근본적인 예방 대책을 모색하는 데 머리를 맞대고 있다.

대구시는 설비 점검용 사다리 시작점을 더 높게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경찰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고 예방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다. 높은 곳으로 향하는 시설물의 경우 진입구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점검이나 수리가 어려워 어떤 방안이 좋을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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