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불량 김치’ 계열사 강매… 회장 지갑 채운 태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정위, 이호진 前 회장 등 고발 / 총수일가 지분 100% 회사에서 / 김치 등 고가 구매로 사익 편취 / 시중가 3~4배 받고 수량 할당도 / 계열사 통한 와인 강매 지시도 / 2년간 총수일가 33억 이상 이득

세계일보

태광그룹이 이호진(사진) 전 회장 등 총수일가의 소유 업체를 부당지원하기 위해 이 업체가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그룹 계열사에 강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강매한 김치는 식품위생법 기준에도 맞지 않는 ‘불량 김치’였다. 이 전 회장은 물론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총괄·기획한 그룹 경영기획실장도 검찰에 고발조치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이 전 회장 등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인 ‘티시스’의 사업부(휘슬링락CC)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사들인 사실을 적발하고, 이 전 회장과 김기유 경영기획실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가담한 그룹 소속 19개 계열사 법인도 모두 검찰 고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조사 결과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그룹 계열 골프장인 휘슬링락CC가 공급한 김치 512t을 95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김 실장은 김치 단가를 종류와 관계없이 10㎏에 19만원으로 책정하고, 계열사별 구매 수량까지 할당했다. 이는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 가격보다 3∼4배 이상 높았다.

계열사는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나 판촉비 등으로 사들였고, 직원들에게 보너스 명목으로 택배 발송했다. 특히 태광산업 등 일부 계열사는 이 김치를 사려고 직원들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태광그룹 계열사에 김치를 판매한 휘슬링락CC는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티시스의 자회사다. 2013년 5월 휘슬링락CC를 인수한 티시스가 영업 부진에 시달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김치 몰아주기’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계열사 직원들에 보내진 휘슬링락CC의 김치는 품질도 엉망이었다. 이 김치는 강원도 홍천의 한 영농조합에서 위탁 제조됐으나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고발된 상태다.

태광그룹은 2015년 7월부터는 아예 계열사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에 직원 전용 사이트인 ‘태광몰’을 구축하고 김치 구매 포인트를 지급하기도 했다. 계열사는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털어 포인트에 상당한 금액을 휘슬링락CC에 지급했다.

김치뿐만 아니라 와인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도 적발됐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계열사 메르뱅으로부터 와인 46억원어치를 구매했다. 그룹 경영기획실은 계열사들에 명절 때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태광 19개 계열사가 2년 넘게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제공한 이익은 33억원 이상이다.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에 넘어간 이익은 25억5000만원, 와인 매입을 통해 메르뱅에 제공된 이익은 7억5000만원이다. 이렇게 흘러들어 간 돈은 이 전 회장과 가족들에게 현금배당 및 급여 등으로 지급됐다.

김성삼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조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아래에서 합리적 고려 없이 상당한 규모의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한 첫 제재”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