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그간 차기 총장감으로 유력하게 거론 / 고민정 "부정부패 척결, 권력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 보였다" / 현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다섯 기수나 아래…기수 뛰어넘는 파격 인사 / 1988년 이후 고검장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 / 관행상 적지않은 검찰 간부 옷 벗을 듯…조직 대대적인 변화·혁신 예상 / 차기 검찰총장 최우선 과제, 철저한 검찰 개혁 완수…과감한 인적 쇄신, 제도 개선 통해 환골탈태해야
윤 후보자가 현 문무일 총장보다 다섯 기수나 아래이니 기수를 뛰어넘는 파격 인사다. 윤 후보자가 총장에 취임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하는 첫 사례가 된다.
검찰 관행상 적지 않은 간부가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절의 과오로 비판을 받아 온 검찰에 파격적인 총장 발탁을 시작으로 인적 쇄신을 포함한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이 예상된다.
차기 검찰총장의 최우선 과제는 철저한 검찰 개혁의 완수다. 검찰은 자체 개혁의 요구를 많이 받아 왔지만 '셀프 개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 총장은 개혁 과정에서 불거질 내부 반발에 추진력과 조정 능력을 발휘하는 등 과감한 인적 쇄신과 제도 개선을 통해 환골탈태하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윤 후보자에게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한 야권의 공격과 개혁 의지에 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 야권의 공격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라고 비판했고 바른미래당은 가장 전형적인 코드인사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임 총장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구태를 청산하고 정치적 중립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정치적 중립에 관한 우려를 불식하고 언제나 국민의 편에 서서 일하는 조직으로 검찰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17일 문재인 정부 두번째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59) 서울중앙지검장이 당면한 중요 과제는 검찰개혁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아온 만큼 검·경 수사권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의 핵심인 수사구조 개편작업이 차기 검찰총장 임기 내에 완성될 공산이 크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경찰 등에 넘겨줘야 하는 현실을 두고 내부적으로 불만과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 법안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조직 구성원들을 다독이는 게 윤 후보자의 최우선 과제라는 분석이다.
입법권자의 입장에선 '개혁대상'에 불과한 검찰이 이미 국회에 넘어간 수사권조정 논의를 근본적으로 뒤집기는 어렵고,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의지가 강력한 만큼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면서 내부단속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자가 정부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그가 대검 중수부 1·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낸 특별수사 베테랑이어서 수사권을 경찰 등에 일부 넘기는 조정안을 적극 지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수사권조정 문제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윤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檢 개혁 핵심, 수사구조 개편 탄력 붙을까?
검찰개혁의 또 다른 축인 내부 제도개선 작업도 차기 총장 임기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특별수사 총량을 축소하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검사의 결정에 외부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인권감독관 제도를 활성화해 검찰을 인권 보호기관으로 탈바꿈하려 애썼다.
효율보다 인권을 우선 고려하는 수사 패러다임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데다, 수사권조정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윤 후보자도 문 총장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 '특수통' 대표주자인 윤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검찰 본연의 임무인 부정부패 척결 작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윤 후보자는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한 이후 2년6개월여 동안 거의 모든 적폐청산 수사에 관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국정·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정부가 수사를 통제할 수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검찰 안팎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어서 대대적 사정 국면을 펼치기보다는 과거 특수통 출신 검찰총장들처럼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 방식의 절제된 수사를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안팎에서는 취임 직후 이뤄질 후속 인사를 윤 후보자의 조직관리 능력을 가늠해볼 첫 시험대로 예상한다.
◆취임 직후 후속 인사, 윤석열 조직관리 능력 첫 시험대
윤 후보자는 문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다섯 기수 후배다.
그동안 관행을 따른다면 문 총장 1년 후배인 사법연수원 19기부터 윤 후보자 동기인 23기까지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 외부 개방직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이상 간부 40명 가운데 연수원 19∼23기는 31명에 달한다.
윤 후보자가 예정대로 다음달 25일 취임할 경우 검사장급 이상 후속 인사는 8월 초순쯤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직 4명 중 3명이 조직을 떠나는 초유의 인사 태풍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이 때문에 윤 지검장의 동기 또는 선배 가운데 일부가 검찰에 남아 조직 안정화에 힘을 보태는 방안이 거론된다. 신임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보장하기 위해 동기까지 옷을 벗는 게 관행이라지만 예외도 없지 않았다.
다만 윤 후보자를 포함해 10명에 달하는 연수원 23기에게 모두 예우를 갖춰 붙잡을 자리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가운데 최소 절반 이상은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의 꽃'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절반 이상 교체될 듯
유례없는 기수 파괴 인사에는 '조폭'에 비유되기도 하는 검찰 조직문화를 한 번에 뒤엎으려는 청와대의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검사동일체 원칙이 여전히 작동하는 검찰 조직에서 이 같은 '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정상명 전 총장 때도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 등 처리 방향을 두고 동기들과 갈등설이 흘러나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수 파괴 인사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는 윤 후보자 지명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인지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다.
그러나 윤 후보자가 국정과제인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한 상징적 존재라는 점, 민감한 수사를 도맡는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게 된 점이 결과적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靑 "기수 파괴 인사? 검찰 내부에서 결정할 사안"
이런 가운데 여야는 문 후보자를 놓고 치열한 검증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은 사정 정국을 이어가기 위한 '코드인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자에 대해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면서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윤 후보자를 둘러싼 쟁점은 △처가의 사기 사건 연루 의혹 △65억 재산 형성 과정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코드인사 논란 등이다.
윤 후보자가 청문회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쟁점이 산적해 있다.
개인 신상과 관련해서는 윤 후보자의 처가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의혹의 핵심은 윤 후보자의 장모가 거액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윤 후보자의 장모로부터 30억원의 사기 피해를 보았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며 "장모의 대리인은 구속돼 징역을 사는데 주범인 장모는 처벌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면서 "배후에 윤 지검장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윤 후보자는 "몇십억 손해 입은 게 있으면 민사나 형사 고소를 할 텐데 저는 이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자 측은 세계일보에 "후보자의 배우자는 내부자 거래 등 불법으로 재산을 증식한 사실이 전혀 없고, 후보자의 장모는 사기 범죄의 피해자일 뿐이고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고소를 당한 사실조차 없다"며 "특히 후보자가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 이와 관련해 어떠한 징계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65억9000만원에 이르는 윤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야권의 공세도 예상된다.
◆여 "검찰개혁 완수할 적임자" vs 야 "코드인사"…치열한 검증공방 예상
공수처 설치와 검찰의 권한 가운데 상당 부분을 경찰에 넘겨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검찰개혁은 윤 후보자가 넘어야 할 가장 큰 난관이다. 조직 내부에서 현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조직 내 반발을 무릅쓰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조직의 입장을 대변할지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자는 현재까지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무엇보다 한국당은 파격적인 기수 파괴를 통해 윤 후보자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검찰을 장악해 야권에 대한 강압 수사를 이어가기 위한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 반문 인사들에게 휘둘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후보자에 대해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 후보자는 우리 사회에 남은 적폐청산과 국정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검찰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엄호했다.
'코드인사' 논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기승전 '윤석열'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전형적인 '코드인사' 였다"며 "검찰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닌 '종속'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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