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달 30일 인천시의 무리한 수계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
인천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성산가압장이 전기점검으로 가동을 중단하게 되자 인천시는 급수경로를 바꾸는 수계전환을 통해 수산정수장에서 역방향으로 수돗물을 공급했다.
국가건설기준 상수도공사 표준시방서 매뉴얼에 따르면 역방향 수계전환 땐 관 흔들림과 물 충격 부하 등을 고려, 정방향 수계전환보다 더욱 유의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중간중간 이물질 발생 여부를 확인한 후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가야 한다.
그러나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10분 만에 밸브를 개방했고 유량도 시간당 1,700㎥에서 3,500㎥로 늘렸다. 이 때문에 유속이 1초당 0.33m에서 0.68m로 배 이상이 빨라졌고 관벽에 부착된 물때가 관 바닥 침적물과 함께 인천 검단·검암지역의 수돗물에 섞여 쏟아져 나왔다.
탁도가 수계전환 30분 만에 평상시보다 3배 수준으로 상승했는데도 인천시는 이런 사실을 전혀 간파하지 못했다.
공촌정수장 계통 배수지 탁도는 평균 0.07NTU에서 수계전환 이후 30분 만에 최대 0.24NT로 3배 수준까지 늘어났지만 별도의 조치 없이 붉은 수돗물은 각 가정으로 공급됐다.
또 일부 구간에서 일시적으로는 먹는물 수질기준(0.5NTU)을 초과한 0.6NTU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정수장에서는 별도의 조치 없이 가정으로 공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합동조사반은 수계전환 2시간 30분 경과 때 탁도 기준이 초과했는데도 후속 조치가 미흡해 ‘골든타임’을 잃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천시는 사태 초기 ‘수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점만 부각해 주민들에게 명확한 대처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물론 신뢰마저 잃어버렸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5월 30일 인천시 서구를 시작으로 6월 2일에는 중구 영종도, 13일에는 강화지역까지 확대되며 1만 가구에 가까운 가정과 150여개 학교가 큰 불편을 겪었다.
주민들은 생수로 밥을 짓고 피부병 걱정에 생수로 샤워를 해야 했으며 각급 학교들은 급식을 중단하고 빵과 우유로 때우는 대체급식을 시행하기도 했다.
주민 불만이 폭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한 인천시 당국자들은 사과만 거듭할 뿐 해결 기미를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한 것은 맑은 물로 걸러 보내줘야 할 정수장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계전환 때 이물질이 포함된 물이 공촌정수장 정수지에 유입된 사실은 지난 13일에서야 확인됐다. 붉은 수돗물 사태 발생 15일째로 주민 불편은 이미 극에 달해 있을 때였다.
애초에는 정수지 탁도가 기준 이하로 측정돼 정수지 수질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지만 조사결과 탁도계가 고장 나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결국 인천시가 엉터리 측정결과에 의존해 사태 발생 후 2주 넘게 잘못된 처방만 제시한 셈이 됐다.
인천시는 가정에서 수돗물을 계속 방류해 주고 아파트 공동 저수조 청소를 깨끗이 하면 적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만톤에 가까운 물을 방류하고 저수조 청소를 아무리 깨끗이 해도 붉은 수돗물이 계속 나왔다. 이는 공촌정수장에서 이물질이 담긴 수돗물을 계속 공급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부실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수백억원대 피해 보상비는 혈세로 메워야 하는 실정이다.
인천시는 적수 발생 기간 주민과 상인의 생수 구매 비용, 피부질환·복통 등 진료비, 저수조 청소비, 필터 교체비 등을 실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날 정부 합동조사반 발표 이후 “시민들께서 느끼셨을 분노와 배신감이 어떨지 짐작조차 어렵다”며 “인천시는 모든 방법과 가용자원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공촌정수장 정수지 청소와 송수관로 이물질 배출(이토) 작업, 배수지 청소 등을 거치면 오는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수돗물이 정상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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