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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의문의 돌연사… 중동 긴장 높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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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사형수를 뜻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카이로 국립경찰학교 법정 안에서 두 손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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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최초 민선 대통령을 지낸 무함마드 무르시(68) 전 대통령의 의문스러운 돌연사가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한층 고조된 중동 지역의 긴장을 확산시킬 촉매로 떠오르고 있다. 무슬림형제단 등 이집트 안팎의 지지세력들이 군부 쿠데타로 실각 후 무르시 전 대통령이 극심한 인권탄압을 받아왔다며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면서다.

17일(현지시간) 이집트 관영 TV와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무르시 전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이로의 법원에 출석해 유리로 된 감금장치에서 발언하던 도중 쓰러졌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숨졌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이날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으며, 쓰러지기 직전 약 5분 간 자신이 아직 이집트의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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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연보. 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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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 전 대통령의 정확한 사망원인은 미궁 속에 있다. 로이터통신은 그에게 양성종양이 있었다고 보도한 반면, 이집트 관영 TV는 그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무르시 전 대통령이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감금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그의 시신은 사망 단 하루 만에 소수의 가족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고향인 샤르키아가 아닌 카이로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구체적인 사망원인이 드러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이집트 시민혁명으로 호스니 무라바크 대통령이 퇴진한 뒤 2012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2010년 12월부터 중동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 시민혁명의 상징이었던 인물이다. 지금껏 이집트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당선된 유일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권 1년 만에 압델 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의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수감됐다. 이후 2011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도움을 받아 교도소를 탈옥하고 경찰을 공격한 혐의로 2015년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가 이끌었던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권 최대 이슬람주의 정치단체로 최근 엘시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미국이 테러조직 지정을 검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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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2012년 7월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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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 전 대통령의 급사 소식이 전해지자 무슬림형제단은 “그의 사망은 완전한 살인에 해당한다”라며 현정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에서 “그들(정부)은 무르시 전 대통령을 5년 이상 독방에 감금하고 의약품을 주지 않았다”며 “의사, 변호사, 심지어 가족과도 의사소통을 막는 등 가장 기본적인 인권마저 박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지지자들에게 전세계 이집트 대사관 곳곳에서 시위를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국제 사회에서도 엘시시 정부를 향한 규탄 목소리가 터져 나와 향후 이집트와 친(親) 무슬림형제 국가 간 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역사는 그를 죽음으로 이끈 저 폭군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르시 전 대통령을 “순교자”로 칭했다. 카타르 군주인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는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애도를 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의 세라 레아 휘트슨 중동국장은 그의 사망이 “끔찍하지만 완전히 예측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으며,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는 이집트 당국에 사망 정황을 공정히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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