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를 들고 싸우는 슈팅게임을 한 전력이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항소심서 무죄가 선고됐다. 살상게임 접속을 이유로 ‘종교적 신념이 진실하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향후 대법원 판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홍창우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증인’ 신도 박모(22)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26일까지 신병교육대로 입대하라는 현역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불이행을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며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 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폭력성 게임 접속 사실도 재판에서 쟁점이 됐다. 박 씨는 ‘서든어택’ 등 총기를 들고 상대방과 싸우는 1인칭 슈팅(FPS) 게임에 두 번에 걸쳐 40분 가량 접속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법원은 FPS게임 접속 여부만으로 양심의 진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법원은 “피고인은 자신과 계정을 공유하던 친구가 해당 게임을 이용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설령 직접 게임을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접속 횟수나 시간에 비춰 보면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진실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박씨처럼 ’양심적 병역거부‘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한 다른 여호와의 증인 신도 김모(22)씨와 최모(26)씨도 같은 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 ‘종교적ㆍ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판단지침’을 각 지방 검찰청에 내려보냈다. 검찰이 별도의 지침을 마련한 것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1월 종교적인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검의 지침에는 FPS 게임 접속 여부도 포함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집총을 반대하는데 총을 이용하는 게임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검찰은 바라봤다.
하지만 가상게임 접속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억지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진우 법률사무소의 김진우 변호사는 “양심적병역거부 심사에서 게임을 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은 대한민국의 독특한 방식이다. 게임으로 신념 사상을 검증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판결이 있은 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4일 울산지방법원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인천지방법원에서도 지난달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의 1심 선고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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