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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아이가 먹는 물인데"…인천 '붉은 수돗물' 대책 끌어낸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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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 '유난 떤다' 등 각종 비난 속 행동으로 적수사태 쟁점화

연합뉴스

'붉은 수돗물' 사태…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규탄
[인천서구 수돗물피해 주민대책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시 서구 지역 엄마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맘카페 '너나들이 검단·검암맘'과 '달콤한청라맘스'에는 수돗물이 붉게 변했다거나 수돗물에 이물질이 나온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어린 자식들이 마시고 사용할 수돗물이 붉게 오염된 것을 보고 엄마들은 걱정이 산더미 같았다. 엄마들은 곧바로 지역 구의회 의원에게 사태 파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관로를 바꿔주는 '수계 전환' 때문에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방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금방 수질이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틀이 지난 1일에도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엄마들의 항의 전화에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는 소리만 반복했다.

주방과 화장실 수도꼭지에 설치한 필터가 금세 검은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는데도 인천시 당국은 '마셔도 된다'는 답변만 계속했다. 알갱이 형태의 이물질이 나오는 가정도 많았다.

엄마들은 맘 카페에서 피해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인천시와 서구 등에 민원을 넣고 언론사에도 제보했다.

그런데도 상수도본부는 온수를 섞어 쓰다 보니 필터 색깔이 변하는 것이라고 해명하며 수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장 육안으로도 수돗물 상태가 나쁜 것이 확인되는데도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는 인천시의 대응에 엄마들은 답답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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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 못 믿어"…생수로 식재료 손질
[연합뉴스 자료사진]



엄마들은 당장 급한 대로 생수를 사다가 아이를 씻기고 밥을 했다. 그 사이 인천시 중구 영종도 지역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천시교육청도 지역 학교 수십 곳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것이 확인되자 자체 급식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생전 언론이라곤 접촉할 일도 없었던 엄마들은 결국 지역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직접 인천시청을 찾아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태 발생 6일째인 지난 4일에야 인천시가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사태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주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이달 7일에는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정부 합동조사반을 구성했다.

그러나 행정 당국에 대한 신뢰감을 잃은 엄마들은 계속 민원을 제기하며 이번 사태의 조속한 원인 규명과 해결을 촉구했다.

16일에는 주민 5천여명이 인천시 서구 완정사거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결국 17일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한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사태 발생 20일째인 18일에는 이번 사태가 인천시의 총체적 대응 부실 때문에 발생해 장기화했다는 환경부 발표까지 나왔다.

환경부를 포함한 정부 합동조사반은 당일 '붉은 수돗물' 사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천시의 초동 대응과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계 전환 과정에서 압력을 가해 물이 역방향으로 흐르도록 할 때는 이물질이 발생하는지를 보면서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야 하지만, 급하게 밸브를 개방해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시 상수도본부는 사태 초기 수질에 문제가 없다며 수돗물을 사용하라고 했으나 환경부는 음용을 권장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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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주민들 '붉은 수돗물' 책임 전 상수도본부장 고소·고발
[인천평화복지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급기야 인천 맘카페 너나들이 검단·검암맘 운영자 이수진(43)씨 등은 20일 김모 전 인천시 상수도본부장을 직무유기, 수도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주민 3천500여명의 서명이 담긴 연서도 제출했다.

이수진씨는 21일 "당장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청소하고 빨래를 할 물이기 때문에 엄마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사태 초기 '맘충'이라거나 '유난 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엄마들은 힘을 합쳐서 붉은 수돗물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가 정치적으로나 특정 단체의 이권과는 절대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빠르게 사태 해결을 하는 데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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