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3월부터 수돗물 비린내”
일부, 물티슈로 자체 오염도 측정
市 상수도사업본부 수질검사 착수
“정확한 원인분석 등 대책마련 시급”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만난 한 주민 김모(40)씨가 꺼내든 싱크대 녹조 필터. 김 씨는 필터를 설치한지 10분도 안되어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독자 제공]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만난 한 주민 김모(40)씨가 꺼내든 싱크대 녹조 필터. 수도꼭지에서 묻어난 갈색 물질.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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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하는 동안 싱크대 수도꼭지 필터가 이렇게 변했어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한 아파트 앞에서 만난 주민 김모(40) 씨가 갈색으로 변한 수돗물 필터기를 꺼내 보였다. 지난 주말에 끼운 필터는 10분도 안되어 색깔이 변해버렸다. 김 씨는 “늘 필터를 끼고 지냈지만 요즘에 특히 빨리 색이 변해 심상치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천에 이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와 비상에 걸렸다. 주민들은 “매일 쓰는 물이 이상한데 원인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등교 시킨 학부모들을 만났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해 걱정했다. 학부모들은 찝찝한 마음에 아이를 생수로 씻기고 생수 여러 개를 가방에 넣어 보내기도 했다. 학부모 이모(41) 씨는 “어른들은 대충 씻어도 되겠지만 아이들이 문제”라며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정모(40) 씨는 “학교에서 생수를 챙겨오라고 했다던데 이것도 임시방편”이라며 “이웃 아파트는 이미 가구당 생수 5개씩 나눠준 걸로 알고 있는데 너무 불안하다”고 거들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다수의 민원이 들어와 수질검사에 들어갔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 퇴수작업과 수도관 세척을 끝낸 상황이다. 수질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식수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공급되는 물에는 이상이 없지만 아파트의 경우 저수조에 물을 받아쓰기 때문에 일부 아파트에선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가 알려지면서 수돗물 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필터의 색을 통해 오염도를 파악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수도꼭지를 물티슈로 막아 이물질을 확인하는 등 자체 테스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 윤모(48) 씨는 “필터를 쓰는 집은 늘 물 상태를 눈으로 보지만 필터를 안 쓰는 사람들은 믿고 물을 사용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물티슈를 수도꼭지에 감고 물을 사용해 보니 색깔이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붉은 수돗물 징조’는 올해 초부터 나타났다.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에서는 지난 3월부터 수돗물 필터 사용주기가 짧아졌다는 등 수돗물 오염 상황을 증언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현재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돗물에서 비린내가 난다”, “놋물 필터가 몇 주도 못 가 갈색으로 변한다” 관련 제보가 수십 개 올라와있다.
주민들은 정확한 원인분석과 함께 수질 오염도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 이모(46) 씨는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 남부수도사업소에 건의를 했지만 ‘음용 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었다”며 “수질 개선 대책과 함께 현재 물의 오염도가 어느 수준인지 정확하게 공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 ‘붉은 수돗물’의 원인은 노후 상수도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시는 영등포 지역 상수도관 일부가 1980년 이전에 매설된 것이라고 밝혀 서울 시 붉은 수돗물의 원인 역시 노후 상수도관 때문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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