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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선 삼척항 진입,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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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의 첫 브리핑은 왜 의혹의 출발점이 됐을까

해경 보고가 국방부 설명에서 통째로 빠진 까닭은

청와대 행정관은 국방부에 은폐·축소를 지시했나

국방부 장관의 사과와 문책 지시는 책임 떠넘기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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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선(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57시간 넘게 움직이다 군경의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삼척항까지 진입한 사건의 파문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군의 해상 경계·감시망이 무력화됐다는 비판을 넘어 청와대와 국방부가 처음부터 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4일 삼척항을 찾은 자유한국당은 이 사건을 ‘국방 게이트’라고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어선 한 척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합참의 첫 브리핑은 왜 의혹으로 이어졌나

파문의 시작은 지난 17일 합동참모본부의 첫 브리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오전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5일 오전 6시50분께 북한 소형 목선 1척이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경위를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전반적인 해상·해양 경계작전은 정상적으로 시행되었으나, 소형 목선은 일부 감시 및 탐지가 제한됨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북한 어선이 발견된 이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동해안 경계를 맡은 부대를 조사한 결과를 설명한 것이다. 북한 어선이 군의 경계·감시망을 뚫고 들어와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으나, 당시 군의 경계작전은 정상적으로 시행됐다는 설명이다.

합참은 이어 국방부 기자실에서 열린 비공개 브리핑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계속했다. 당시 합참 관계자는 “북한 어선이 해안 감시 레이더에 미세하게 포착됐으나, 감시요원들은 이를 파도가 일으키는 반사파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동해의 파고는 1.5∼2m였으나, 북한 어선의 높이가 1.3m에 불과해 식별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당시 브리핑에 참석한 합참의 레이더 전문가는 “북한 어선은 해류를 따라 표류하고 있었다”며 “표적이 빨리 움직였다면 식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어선이 작은데다 기동하지 않고 표류하는 바람에 식별하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합참은 “올해에만 북한 어선이 60여차례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왔고, 오늘도 3척이 발견되어 퇴거 조처를 했다”며 “2002년과 2009년 두 차례는 식별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브리핑은 북한 어선이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했으며, 이를 발견한 주민과 대화까지 나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은폐·축소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북한 어선이 삼척항 방파제에서 발견된 공공연한 사실을 군이 ‘삼척항 인근’으로 얼버무린 꼴이 됐기 때문이다. 합참은 18일 오전 11시36분께 국방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당시 우리 군이 해경으로부터 전파받은 (북한 선박 발견) 장소는 삼척항 방파제였다”고 추가 설명을 내놨으나,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었다. 그날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선 북한 선원들이 삼척항 방파제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나왔다.

의혹은 주민의 신고를 접수한 해경이 15일 오후 2시10분께 언론에 공지한 문자 메시지 내용이 알려지면서 더욱 증폭됐다. 해경은 문자 메시지에서 “북한 어선(t수 미상, 승조원 4명)이 조업 중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가 자체수리하여 삼척항으로 옴으로써 15일 오전 6시50분 발견돼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 어선이 자체 동력으로 삼척항에 들어왔다는 것인데, 이는 그로부터 이틀 뒤에 열린 합참의 브리핑에선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북한 어선이 해류를 따라 표류하는 바람에 식별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설명도 무색해졌다.

해경은 보고했는데, 국방부는 왜 몰랐나

15일 오전 6시50분께 주민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그날 오전 7시9분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 총리실, 국가정보원, 합동참모본부 등에 일제히 상황을 보고했다. 해경이 언론에 돌린 문자 메시지는 그보다 7시간 뒤인 오후 2시10분께 나왔다. 그런데도 17일 합참의 브리핑에선 북한 어선이 발견된 장소와 입항 경위에 대한 설명이 통째로 빠졌다. 대체로 이런 경우는 군이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거나, 보고받고도 밝히지 않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번 경우엔 둘 모두가 섞여 있다.

국방부는 “해경이 문자 메시지를 돌린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한다. 17일 브리핑을 준비할 때까지 북한 어선이 발견된 경위를 해경이 먼저 발표해주길 기다렸으나, 해경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아, 결국 군의 경계작전과 관련된 부분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어선이 주민 신고로 발견됐기 때문에 해경이 이를 공개하는 것이 맞다”며 “군으로선 해경이 공개하지 않은 사실을 먼저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참은 해경이 북한 어선 발견 상황을 문자 메시지로 공지한 뒤에도, 이를 모르고 계속 해경의 발표를 재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군이 북한 어선 발견 상황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국방부는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서 발견된 15일 오전 합동참모본부 지하벙커에서 군수뇌부 대책회의를 열어 관련 상황을 확인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5일 오전 지하벙커에서 대책회의를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예. 맞다"고 대답했다. 군도 북한 어선이 경계·감시망을 뚫고 삼척항에 진입한 사실을 엄중히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북한 어선이 발견된 직후 동해안 경계를 맡은 관련 부대를 방문해 조사한 것도 이날 회의에 따른 것이었다.

결국 합참과 국방부는 해경이 북한 어선 발견 상황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는 형식논리에 빠져 브리핑의 범위를 스스로 제한한 것이다. 군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논리가 작동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는 합참이 첫 브리핑에서 군의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의 경계가 뚫렸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이것이 엄중한 문제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며 “다만, 현장에서 열심히 근무하는 병사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에까지 올라간 해경의 보고가 합참과 국방부 브리핑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콘트롤 타워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도 당시 브리핑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국방부 브리핑은 경계작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해경이 이미 목선 발견 사실을 언론에 알린 상황에서 군이 발견 지점을 굳이 숨길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고 대변인은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이런 표현은 군에서 대북 보안상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라며 “이미 공개된 장소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다시 확인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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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행정관은 왜 국방부 브리핑에 참석했나

국방부의 17일 브리핑 파문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청와대 개입 의혹으로 번졌다. 해경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청와대가 국방부의 부실한 브리핑을 지켜본 셈이기 때문이다. 당시 브리핑에 참석한 행정관은 해군 대령으로, 평소에도 국방부와 관련 업무를 협의하는 실무자로 알려졌다. 이 행정관은 19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열린 비공개 브리핑에도 참석했다.

청와대는 이 행정관과 국방부 브리핑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청와대 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17일 국방부 브리핑 현장에 있었다”며 “언론 보도 상황과 여론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확인하기위해 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행정관의 역할은 어떤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지, 여론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었다”며 “행정관이 그 자리에서 국방부 관계자들과 어떤 협의나 조율을 한 바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이 행정관이 브리핑에 참석한 사실은 대변인도 몰랐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국방부를 방문한 행정관이 브리핑을 보고 싶다고 해 이를 허용했다”며 “행정관의 국방부 출입 절차는 브리핑 당일 아침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행정관이 해군 장교여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이 어떤 부분을 궁금해하고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한 차원에서 브리핑에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브리핑에 참석한 것이 불법은 아니다. 이 행정관은 “일본과 초계기 갈등을 빚을 때도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비공개 브리핑에 참석한 바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 행정관이 여론 동향을 살피기 위해 브리핑에 참석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국방부 브리핑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을 알고자 했다면 국방부 공보실을 통해 보고를 받는 게 맞다.

이 행정관이 참석한 19일 브리핑을 계기로 국방부가 반성 모드로 돌아간 점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군의 경계작전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행정관의 17일 브리핑 참석이 사건 은폐나 축소로 이어졌다는 주장과는 다른 정황이다.

청와대와 국방부의 조사는 책임 떠넘기기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항을 군이 인지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경계하지 못한 부분이나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에 문제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협의회 회의에 앞서 “북한 목선이 북쪽에서 우리 쪽까지 그냥 오는 과정에서 포착하거나 경계하지 못한 부분, 그리고 이쪽(남쪽)으로 도착하고 난 이후에 제대로 보고하고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 이 두가지 대응에 문제점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정 장관은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처리 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의 경계작전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을 예고한 것이다. 이낙연 총리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국민들께 큰 심려를 드렸다”고 사과했다.

국방부는 이날 이순택 감사관을 단장으로 한 합동조사단을 동해 작전부대에 급파했다. 합동조사단은 국방부 관계자, 작전·정보 전문가, 국방부조사본부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조사하는 것은 후속 조치를 명확히 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해안·해상 경계작전 시스템 전반을 모두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조사 대상은 합동참모본부, 육군 23사단, 해군 1함대 등 해안·해상 경계작전 관련 부대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지시와 국방부의 합동조사단 파견이 뒷북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곳에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아래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현장 지휘관들만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고 말했다. 군 주변에선 군의 경계작전이 고속으로 침투하는 함정이나 반잠수정을 포착하는 데 특화돼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이번처럼 북한 목선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삼척항에 진입한 데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목선까지 겨냥해 경계작전을 펼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군이 경계작전에 동원할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작전의 우선순위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동해안 경계 책임을 맡은 육군 8군단이 지난 18일 저녁 부대 핵심 간부와 전출입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소식통은 "8군단장은 북한 목선과 관련한 상황을 충분히 인식했지만, 강원도 산불 진화에 공로가 큰 부하들이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된 점을 고려해 저녁 자리를 예정대로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8군단의 저녁 회식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안의 해상 경계작전은 해군 1함대와 육군 8군단 예하 23사단이 맡고 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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