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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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남편 살해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이 제주에서도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비닐봉투를 버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이 고유정의 제주도 내 시신 유기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한 펜션에서 피해자인 전남편 강모씨(36)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27일 낮 시간대에 퇴실하면서 근처 클린하우스(쓰레기 수거장) 두 곳에 나눠 종량제봉투 4개를 버렸다.
고유정은 펜션과 가장 가까운 쓰레기 수거장에 봉투 1개를, 다른 한 곳에는 나머지 3개를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고유정이 자신의 스카프 냄새를 맡는 모습도 포착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제주시 펜션 근처 쓰레기 수거장의 CCTV에서 이 같은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고유정이 제주도에 훼손한 시신 일부를 버렸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31일 제주시 쓰레기를 처리하는 회천 매립장과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를 찾아 수색했다. 그러나 두 곳 모두 27일 버린 쓰레기를 다음 날 모두 고열 소각하거나 매립해 봉투의 내용물을 확인하진 못했다.
고유정이 지난달 25일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직후 버린 봉투라는 점에서 사체 일부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경찰은 그동안 이를 숨겨왔다. 앞서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사건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수차례 고유정이 제주에서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은 낮고 밝혀왔다. 지난 4일 언론 브리핑에서도 도내 시신 유기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도내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이 사실을 최근까지 유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유가족은 지난 20일 경찰서를 찾아가 직접 펜션 인근 클린하우스 CCTV를 확인하면서 고유정의 도내 시신 유기 정황을 파악했다. 한 유족은 "CCTV를 못 봤다면 영영 제주도 유기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며 "경찰이 실책을 감추려고 얘기를 안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도내 시신 유기 정황이 뒤늦게 알려지자 경찰이 미흡했던 초동수사를 덮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주 경찰은 사건 발생 후 피해자 유가족이 범행 전후 고유정의 수상한 행적이 담긴 CCTV를 펜션 인근 주택에서 발견해 경찰에 갖다준 후에야 수사를 본격화하는 등 초동수사에 큰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또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유가족으로부터 강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했지만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고유정의 전화 통화상 진술만 믿고 휴대폰 위치추적 등의 대응만 하기도 했다.
고유정이 재력가 집안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경찰과의 유착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 강씨의 동생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유정이) 돈 많은 재력가 집안이어서 좋은 변호사를 써 가석방될까 무섭다"고 토로한 바 있다.
누리꾼 B씨는 "이 정도면 경찰이 고유정과 공범이다. 전 국민을 경악게 한 잔혹한 살인사건을 이 정도로 축소·은폐 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실을 유가족과 언론에 숨겼을까"라며 "유가족보다 못한 수사력으로 피해자 가족을 두 번 울리는 제주동부경찰서장과 담당 경찰을 파면하고 은폐 사실이 더 있는지, 고유정 집안과 유착 관계가 아닌지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제주동부경찰서의 박 서장은 "고유정이 시신을 유기한 곳으로 도외만 진술했고 범행 후 펜션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등 완벽범죄를 꿈꾼 점으로 볼 때 도내 유기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래서 언론에도 그런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고유정이 제주에서 버린 봉투에는 범행도구가 담겨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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