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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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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저층고밀도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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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싱크탱크 세미나에서 주장

“아파트는 공동체 파괴… 저층고밀로 회복”

현재 방식과 정반대… 반발 불가피

헤럴드경제

[사진=저층고밀주택으로 구성된 스웨덴 말뫼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한국 임대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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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3기 신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부 자문단 성격의 전문가 포럼에서 ‘3기 신도시를 저층고밀도시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층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하는 시장의 수요 트렌드와는 정반대여서 어떤 식의 결론이 날 지 주목된다.

3기 신도시 조성을 위한 싱크탱크 그룹인 ‘신도시 포럼’은 25일 서울 양재동에서 발족식과 세미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신도시 포럼은 각계 전문가 52명이 도시ㆍ건축, 교통, 일자리, 환경, 스마트시티, 교육ㆍ문화 등 6개 분과로 나뉘어 개발 아이디어를 제시할 예정이다.

세미나에서 김영욱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ㆍ건축분과의 대표 발제자로 나서 ‘3기 신도시를 저층고밀도시로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시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공동체를 증진시키거나 해체시킬 수 있다”는 영국 도시학자 빌 힐리어의 말을 인용하며 고층 아파트가 주를 이루는 한국의 주거 문화가 고립된 공간으로 이뤄져 있어 공동체 형성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고층에 살수록 자살률이 높고, 외부와의 사회적 관계가 낮아지며, 고립감ㆍ외로움 등에 시달리거나 가정 불화가 있는 등의 사회적 병리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유럽에서는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1960~70년대에 대단지 고층 아파트를 건설했지만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저층고밀 주거 공급으로 전환했다”며 “유럽에서는 1970년대에 폐기한 방식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저층으로 도시를 구성하면 아늑함이 느껴지는 거리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더 많이 걷게 돼 자연스럽게 타인과 마주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밖에도 공동체 회복을 위한 도시개발 방향으로 중소규모의 다양한 블록(시가지 등의 구획)을 계획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블록(시가지 등의 구획) 단위가 너무 커서 차도 폭이 넓고 차량 속도도 빨라 보행이 힘든 구조기 때문에 골목이나 상권이 살아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또 건물이 길과 접할 수 있게 해 커뮤니티로 시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소통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토지와 건물의 용도를 복합화해야 한다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다른 전문가들도 이러한 방향에 큰 틀에서 공감했다.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현재는 국민의 61%가 담장에 둘러싸인 아파트에 거주해 폐쇄적 생활을 하고 있으며 1ㆍ2기 신도시도 그러한 방향에서 개발됐다”며 “3기 신도시는 아파트 담장을 허물고 시민의 생활공간이 공공영역과 직접적으로 접속하는 생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해성 아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도 저층고밀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공공이 대규모로 주차장을 공급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렇다할 반대 의견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저층고밀도시를 만들자는 주장에는 시장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수요 트렌드는 건폐율을 낮춰 건물 간 거리를 넓게 하고, 용적률을 높여 조망을 확보할 수 있는 층고를 높이 올리며, 커뮤니티 시설 형성을 위해 대단지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보안을 위해 외부와의 경계를 나누는 담장은 더 높이 쌓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획일적인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해왔던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문화는 근무시간이나 여가, 자녀 교육 등 삶의 방식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저층고밀 주거단지는 이상적인 탁상공론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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