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죄송합니다” 눈물의 음주측정 ‘면허취소’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운전대에서 손 놓고 내리세요.”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처벌이 한층 강화된 ‘제2 윤창호법’이 지난 25일 0시부터 시행됐다.
이날 오후 10시 37분께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동 한 도로.
광산경찰서 베테랑들로 구성된 교통조사 2팀(박해헌 경감, 최홍내·이정택·허순무·이정현 경위, 김학엽 경장)과 의경 4명은 음주운전 단속 중 한 운전자가 ‘후’하고 불자 “삐~” 소리와 함께 감지기 신호가 ‘붉은색’으로 바뀌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한 경찰이 “감지됐습니다”라고 큰소리로 말하자 또 다른 경찰 한 명은 차량 앞에 서서 차량을 이동하지 못하게 막고 한 명은 고깔 모양의 라바콘을 차 앞으로 가져다 놨다. 다른 두 명은 운전자를 안전하게 차에서 내리도록 유도했다.
한 경찰은 도로 갓길에 대기해 놓은 경찰차량에 타 혹시 모를 도주에 대비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차에서 순순히 내린 A(49)씨는 경찰관을 향해 “죄송합니다. 또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경찰의 봉고차량 들어간 A씨는 입안에 잔류 알코올을 제거하기 위해 물 한 컵을 받아들고 금방이라도 울듯한 목소리로 “이번 음주운전 적발이 4번째로 현재 집행유예 기간이다. 그냥 감옥에 가겠다”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정밀 음주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1%로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되기 전과 같은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다.
박해헌 팀장은 “음주운전 적발된 사람들을 보면 ‘상습’인 경우가 많다”며 “타인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술을 한잔이라도 입에 댔다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면허 취소 처분을 받게 되면 40일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면허가 취소되고 1년간 면허를 재취득할 수 없으며 1주일 내로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된다.
A씨가 적발되기 직전인 오후 10시 17분께는 무전기에서 “50m 전방에서 은색 차량 골목길로 급하게 들어갔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보고 도망가는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이었다.
도로 갓길에 비상대기하고 있던 경찰차가 출동, 곧바로 따라잡아 음주측정을 하자 감지기에서는 녹색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당초 목적지로 이동하는 차량이었다.
이보다 앞선 10시께 한 운전자는 음주 감지기 붉은색 램프가 들어오자 “술 전혀 마시지 않았고 집에서 방금 나왔다”며 억울하다며 성질을 내면서 차에서 내렸다.
억울할지언정 일단 감지기에 신호가 ‘붉은색’이라면 이유를 막론하고 차에서 내려 경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
이 운전자는 물로 입을 헹구면서도 화는 계속됐고 결국 다시 측정, 이번엔 ‘붉은색’이 아닌 ‘녹색’으로 신호가 바뀌었다. 나오기 직전에 가글을 하고 나왔다는 이 운전자의 주장이 맞았던 것이다.
박 팀장은 “간혹 가글액 때문에 감지되는 경우가 있다”며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 경찰입장에서는 운전자의 주장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난감할 때도 있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주단속 현장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도주차량이 발생할 때”라며 “2차 사고가 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는 행위는 살인 행위라고 인식해 달라”고 밝혔다.
이날 광주지역에서는 총 5명이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2명이 면허 정지, 3명이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25일 오후 10시께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 교통조사 2팀이 광산구 수완동 한 도로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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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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