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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한 졸업생의 증언 “상산고는 의대사관학교, 교육 다양성커녕 경쟁의식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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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상산고 재학생들은 의대 진학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중산층 가정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었습니다. 이는 물론 의대사관학교라는 상산고의 별명에 정확히 부합하는 조합입니다. 오로지 의대 진학을 목표로 모인 획일화된 학생들의 공간 상산고에서는 다양성은커녕 학벌주의와 대입에 찌든 경쟁적 사고만이 가득했습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8일 최근 교육청으로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전북 상산고 졸업생의 증언을 공개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상산고가 다양한 교육이 아닌 입시 명문고일 뿐이라 말하면서 의대 진학생이 275명에 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이와 관련해 우리는 상산고에서 공부한 어느 졸업생의 관련된 증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서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공개한 증언을 보면 해당 졸업생은 “제가 상산고를 다니면서 체험한 것은 왜곡된 학벌주의 의식과 경쟁의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서울 대학의 대학서열 소위 SKY서성한이중경외시...이렇게 민망하고 참담한 서열은 이제 대학을 넘어서 고등학교에서도 매겨지고 있다”며 “민사고 외대부고, 하나고, 상산고, 하늘고, 현대청운고 등 전국 자사고에 대한 서열은 어느덧 사회적으로도 통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에 있어서 학벌주의가 발현된다는 것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분리교육기관임을 방증한다. 현재 자사고와 특목고는 상위권 성적과 상층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유하는 계층의 학생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기관”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21일 오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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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국의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신의 모교가 사라진다는 불안감과 집단의식 아래 진정 필요한 우리 사회의 개혁을 무시하지 말자”며 “자신의 미화된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경험을 근거로 특권학교 폐지에 반대하지 말자. 우리 모두 출신학교와 그 안에서의 경험에 대한 자기객관화를 통해 무엇이 정녕 필요한 것인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아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공개한 증언 전문.



“제가 상산고를 다니면서 체험한 것은 왜곡된 학벌주의 의식과 경쟁의식이었습니다. 인서울 대학의 대학서열 소위 SKY서성한이중경외시...이렇게 민망하고 참담한 서열은 이제 대학을 넘어서 고등학교에서도 매겨지고 있습니다. 민사고 외대부고, 하나고, 상산고, 하늘고, 현대청운고 등 전국 자사고에 대한 서열은 어느덧 사회적으로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대학들이 소위 지잡대와 인서울로 나뉘어지고, 인서울안에서도 견고하게 서열이 매겨지는 양상이 고등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전국의 고등학교는 일반고-자사고-특목고 등으로 나뉘어지고 이는 또 철저히 서열화됩니다. 특권학교는 대입을 넘어 고등학교까지 학벌주의와 무한 입시경쟁화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있어서 학벌주의가 발현된다는 것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분리교육기관임을 방증합니다. 현재 자사고와 특목고는 상위권 성적과 상층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유하는 계층의 학생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자사고를 두고 전국에서 모인 인재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열린 교육이 장이다라며 학교를 홍보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성을 찾기는 힘듭니다. 제가 다닌 상산고의 경우에는 구성원이 서울 부산 제주 광주 강릉 전주 등의 다양한데서 온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 구성원은 전국구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획일화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상산고 재학생들은 의대진학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중산층 가정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었습니다. 이는 물론 의대사관학교라는 상산고의 별명에 정확히 부합하는 조합입니다. 오로지 의대 진학을 목표로 모인 획일화된 학생들의 공간 상산고에서는 다양성은커녕 학벌주의와 대입에 찌든 경쟁적 사고만이 가득했습니다.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경쟁과 대입압박에 상처받고 패배감을 느끼는 것은 대다수 학생들에게 일상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유행어처럼 썼던 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너 그러다 재수한다’였습니다. 저희 학교 앞에는 pc방 노래방 영화방도 있고 놀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물론 공부 이후 여가시간을 즐기며 놀 때 옆에서 수군댑니다. “쟤 저러다 재수한다.”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정말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그 구성원들 모두가. 그리고 매번 중간고사 기말고사 보면서 발표된 등급들, 수행평가 점수들 보면서 스스로 서열화하고 경쟁의식 느끼고 패배감이 들었습니다. 전국에서 1등 2등 한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꼴등하고 앉아 있는 것이 정말 큰 상처들로 자리 잡았습니다. 근데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상산고 졸업생들의 대다수는 재수합니다. 삼수합니다. 사수도 합니다. 의대 가려고요.... 얼마 전에 삼수를 해서 소위 스카이 대학교에 들어간 제 친구는 반수한다고 합니다. 의대가야 하니까... 끊임없이 학교 내에서 인정 투쟁의 일환으로 있었던 의대 입학하기 위해서 의대 타이틀 얻기 위해서 스스로를 착취합니다. 그게 다 상산고라는 공간 내에서 만들어진 패배감과 경쟁의식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자들은 말합니다. 이런 분리형 교육을 통해 특성화된 교육과 인재양성이 가능하다구요. 그러나 수시전형 자소서에 한 줄 더 쓰기 위한 스펙쌓기용 교육이나, 특성 특수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극대화된 EBS 풀기 교육인 수능교육을 두고 특성화된 교육 인재양성 운운한다면 이것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특성화 교육은 획일화되고 편협한 입시 기계 양성을 통한 계급 재생산 혹은 중산층 가정의 꿈같은 신분상승 신화 실현에 불과합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특정 계층에게만 열려 있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분상승이 불필요한 평등한 사회입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특성화 교육을 통한 엘리트 양성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벌주의 입시경쟁의 극복과 이를 통한 학생 개개인 모두가 특성화되는 교육입니다. 교육개혁의 첫 단추가 바로 특권학교 폐지라고 확신합니다. 전국의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모교가 사라진다는 불안감과 집단의식 아래 진정 필요한 우리 사회의 개혁을 무시하지 맙시다. 자신의 미화된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경험을 근거로 특권학교 폐지에 반대하지 맙시다. 우리 모두 출신학교와 그 안에서의 경험에 대한 자기객관화를 통해 무엇이 정녕 필요한 것인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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