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신 없이' 재판에 넘겨
고유정 "기억 파편화 돼 진술 할수 없다" 거부 일관
계획적 범행 여부 공방 치열할 듯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지난달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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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5)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검은 1일 오후 살인과 사체손괴 및 사체은닉 혐의로 고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범행 동기와 수법, 시신 유기장소 등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했지만 고씨는 일체의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친아들(6)을 만나러 온 전 남편 강씨를 제주도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흉기 등으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완도행 여객선 등 최소 3곳 이상의 장소에서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고씨와 이혼한 강씨는 소송 끝에 면접교섭권을 얻어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은 숨진 강씨 유족들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추적에 나서 지난달 2일 현재 거주지인 충북 청주에서 고씨를 체포했다.
수사 결과 고씨는 범행 일주일 전 친정집이 있는 제주도에 들어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으며 흉기 등 범행 도구와 세척제 등 은폐용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구입했을 뿐 아니라 사체 운반과 유기를 위한 준비까지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 전 강씨에게 졸피뎀을 먹여 저항을 못하게 한 뒤 범행을 저질렀으며, 아들이 같은 숙소 내에 있는데도 버젓이 범행을 저지르는 잔혹함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고씨는 인근 마트에서 구입한 표백제 등으로 범행 현장을 청소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경찰은 현장에서 루미놀 반응(혈액 중 헤모글로빈에 반응해 형광식으로 빛을 내는 물질)으로 혈흔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남편 시신 유기장소를 추적하고 있는 경찰은 지난 29일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있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1~10㎝ 크기의 뼈로 추정되는 물체 20여점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을 의뢰했다. 앞서 인천시 한 재활용업체와 경기 김포시 소각장, 고씨 가족 소유의 김포시 한 아파트 쓰레기 분류함 배관에서 잇달아 발견한 뼈 추정 물체는 국과수 감정 의뢰 결과 모두 동물 뼈로 판정됐다.
검찰이 1일 오후 제주지검 중회의실에서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 기소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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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결국 ‘시신없는 살인 사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신없는 살인 사건이 될 경우 살인의 존재부터 입증을 해야 하는데 범행 현장에 남아 있는 혈흔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재판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고씨가 살인 자체는 부인하고 있지 않아 재판에서는 계획적 범행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경찰 수사에서부터 줄곧 “강씨가 성폭행하려고 해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범행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보이는 오른손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신청도 했다. 살인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전 남편인 강씨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는 주장 등으로 최대한 양형을 줄여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 측은 그러나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총 89점에 달하고, 계획적 범행임을 증명할 수 있는 여러 정황상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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