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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北 목선, 경계실패 지휘관 전원 징계…'은폐·축소 의혹' 규명은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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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동조사에서 군 작전 허점 확인

군 관련 지휘계통 전원에 징계 조치

청와대 관여 여부는 속시원히 안밝혀

사건 은폐·축소 의도 없었다지만

'삼척항 인근' 누가 표현했는지 설명 안해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과 관련한 정부 합동조사 결과, 군·경의 해안과 해상 경계·감시 및 보고체계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대국민 발표 과정에서의 청와대 관여 여부는 속시원이 밝히지 않았다. 은폐·축소 의혹 등도 제대로 해명되지 않고, 언론 질의응답에 합동조사단장인 국방부 감사관도 참석하지 않아 ‘부실 브리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경두 국방장관 “경계작전 실패 책임 통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3일 ‘북한 소형목선 상황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 앞서 “이번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상황을 분석해본 결과, 경계작전 실패와 국민들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국방부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브리핑을 주관한 최병환 국무조정실 1차장 발표에 따르면 해상 경계를 책임지는 해군은 경계작전계획과 가용 전력의 운용상 문제 등으로 북한 목선을 발견하지 못했다. 육군의 해안경계작전 역시 레이더와 지능형영상감시시스템(IVS)에 소형 목선이 포착됐지만 이를 식별하지 못했다. 특히 레이더 운용요원에 대한 전문화 교육과 상황조치훈련 등이 부족했던 것도 확인됐다. 열상감시장비(TOD) 운용의 경우에도 먼바다 만을 주시하느라 정작 해안으로 접근하는 북한 목선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합참의장, 육군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을 엄중 경고조치하기로 했다. 또 육군 제8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사실상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계책임을 지고 있는 예하 부대에서 합참의장에 이르기까지 관련 지휘관들 모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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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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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은폐 의혹 규명 안돼

최병환 1차장은 “결과적으로 군이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가 ‘삼척항 인근’으로 언론 설명 자료를 최초 작성했는지, 국가안보실 개입 여부 등에 대한 의문점은 계속 남는다. 사실 이번 사건은 군 당국이 경계실패에 대한 책임을 희석하고자 북한 목선이 삼척항 인근 바다에서 표류하다 발견된 것처럼 꾸민 것 아니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해경이 6월 15일 14시 10분에 ‘삼척항으로 옴으로써’라는 표현으로 발견장소를 명시하여 언론기관에 배포했다”면서 “그러나 합참 공보실이 해경 발표 PG(언론대응지침)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을 17일에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합참의 삼척항 인근 발표 이전인 15일 오전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합참 청사 지하 지휘통제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북한 목선 삼척항 방파제 접안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 공보 관계관도 참석했었다. 그런데도 공보관계관이 자의적으로 ‘삼척항 인근’으로 발표할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정부는 “합참이 18일 문자를 통해 기자들에게 선박 발견지점을 ‘삼척항 방파제’라고 정정해 공지했다”고 했지만, 앞서 기자들이 개별 취재를 통해 삼척항 방파제로 특정해 기사를 작성하던 시점이었다.

◇軍 ‘부실조사’ 설명 안해, 靑 개입 여부도 안밝혀

또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해당 기간에 계획된 경계작전은 정상적으로 시행되었으므로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군)내부적으로 협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까지 입항한 것은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으로서 경계에 실패한 것이므로, ‘경계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표현이 매우 부적절하고 안이했음을 국방부와 합참의 관계관들이 조사과정에서 인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이 안이하게 판단한 측면이 있음을 질책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나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15일부터 현장 부대에 내려가 16일에 서둘러 조사를 끝내고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었다’는 ‘부실한 조사내용’을 섣불리 발표하게 된 과정은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했다.

군의 첫 브리핑 당시 잘못된 사실을 발표한 과정에 청와대 안보실이 직·간접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안보실이 초기상황을 공개하지 말자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면서 “대북 군사보안과 연계된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 매뉴얼에 따라 안보실, 국정원, 해경, 통일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해경에서 사실 위주의 1보를 내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의 국방부 언론 브리핑 참석에 대해서는 “일상적인 업무협조의 일환이었다”며 역시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청와대도 안보실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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