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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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구속)이 범행에 앞서 자신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졸피뎀', '수갑','뼈','뼈의 무게' 등을 검색한 정황이 드러났다.

고유정이 검색한 범행 관련 기록 중 눈에 띄는 것은 '수갑'이다.

수갑은 경찰이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에게 채워 검거 과정 중 있을 수 있는 폭력 상황이나, 호송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일반인들은 수갑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유정이 무슨 이유로 '수갑'을 검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쏠리고 있다.

범죄심리전문가는 당시 범행 과정을 보면 가해자인 고유정이 피해자인 전남편 강모(36)씨에게 "잘못했다, 미안하다" 등의 얘기를 듣고 싶어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 살인이 아닌 피해자에게 벌을 주는 일종의 '응징'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건이 벌어진 지난 5월25일 고유정은 이날 저녁으로 카레라이스를 준비하고 미리 준비한 졸피뎀을 넣었다. 이 카레를 먹은 강 씨가 정신을 잃자 고유정은 흉기를 휘둘렀다.

사건 현장인 펜션에는 강씨가 피를 흘리며 주방을 거쳐 출입문 쪽으로 기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이 발견됐다. 고유정은 이런 강 씨를 뒤쫓아가 흉기로 최소 3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씨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와 청소용품을 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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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정황에 대해 전문가는 단순 살인 사건이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4일 MBC 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한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고유정이 범행 실행 과정에서 피해자로부터 "잘못했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하는 것이 아닌 벌을 주는 일종의 '응징'일 수 있다는 게 배 프로파일러의 분석이다.

배 프로파일러는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한 번 공격하고 고통받고 기어가는 모습 보면서 무슨 얘기를 또 했겠죠. 또 공격했겠죠. 이게 순차적인 공격이라고 하면 그건 계획성이 아니라 잔인성까지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혼을 요청한 게 잘못됐다, 용서를 빈다, 이런 얘기를 듣고자 할 때는 이렇게 순차적으로 잔인하게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죠."라고 강조했다.

이에 진행자가 "뭔가 응징하듯이 약간 그런 건인가"라고 묻자 "그렇다. 응징이라고 하는 것은 거기에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어 라고 하는 망상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하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라고 보이죠."라고 분석했다.

이 분석을 근거로 고유정이 수갑을 검색한 정황을 보면, 고 씨는 범행 과정서 전남편에 수갑을 채우고 "잘못했다"는 식의 답을 요구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28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범행 후 지난달 27일 범행 장소 인근 클린하우스에 버린 종량제봉투 내용물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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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유정은 범행 직전, 펜션 안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사진 두 장을 연달아 촬영했다. 이 같은 고 씨의 행위는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적인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로 검찰은 보고 있다.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5월25일 고유정은 저녁 8시10분을 가리키는 벽시계와 피해자인 전남편의 운동화를 먼저 찍었고, 주방 싱크대 위에 놓인 카레가 묻은 빈 그릇과 즉석밥, 그리고 수면제인 졸피뎀을 넣었던 작은 가방을 촬영했다.

검찰은 이 두 장의 사진을 근거로, 범행 시간을 저녁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로 추정하고, 전 남편에게 졸피뎀을 섞은 카레를 먹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유정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5일로 결정됐다. 고유정은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