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부결에 반발해 회의 참석을 거부해온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들이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 참석했다. 류기정 사용자 위원이 박준식 위원장의 발언을 듣다 안경을 벗고 있다. 뉴시스 |
노사가 이번 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진검승부를 펼친다.
노사가 지난주까지 빼든 카드는 ‘1만원(+19.8%) VS 8000원(-4.2%)’으로 2000원의 간극을 보였다. 하지만 양측의 첫 제시안은 어디까지나 명분 축적을 위한 협상용이다. 지금까지가 신경전이었다면 이번 주부터 속내가 담긴 수정안을 내놓고 본게임을 펼친다. 행정절차에 따른 그간의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관행을 감안하면 7월15일이 데드라인이다. 따라서 12∼13일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는 9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어 2020년에 적용한 최저임금 수준 심의를 재개한다. 10일과 11일에도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다.
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사흘 동안 집중심의를 통해 논의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노사 모두에 9일까지 수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9일부터 11일까지 수정안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친 뒤, 12일 전원회의에서 표결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전원회의가 길어지면 회의 차수 변경을 통해 13일 새벽까지 진행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해야 하는 날짜는 8월 5일까지다. 행정절차상 최저임금안이 고시되면 노사가 20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기간을 감안하면 7월 15일이 물리적 마감 시한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2일 심의 최종 데드라인을 묻는 질문에 “일정을 지연시키는 것 자체가 자원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최저임금위는 지난 3일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을 받아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지만, 밤샘 협상에도 결론을 못 냈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을 기준으로 노동계는 19.8% 인상, 경영계는 4.2% 삭감을 요구하면서 맞섰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제8∼9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노동자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이 기업의 지불 능력을 초과했고 경제 상황, 취약 업종 일자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유급 주휴시간 효과까지 감안하면 4.2% 감액해 최저임금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권에서도 지난주 최저임금 이슈가 부각됐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선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 쇼크가 다시 일어나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리서치 정한울 전문위원은 토론회에서 정책기획위 의뢰로 조사한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인식차가 뚜렷하게 갈렸다.
조사는 6월 25∼27일 전국 임금근로자 500명, 자영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에서 임금근로자의 경우 62%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1% 이상 5% 미만 인상(31%) △5% 이상 10% 미만 인상(18%) △10% 이상 인상(13%) 등이었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동결해야 한다’는 답변은 37%였다.
이에 반해 자영업자 응답자 중 61%가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영업자의 경우 △1% 이상 5% 미만 인상(20%) △5% 이상 10% 미만 인상(8%) △10% 이상 인상(8%)를 각각 차지했다. 올해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임금근로자는 절반에 가까운 49%가 ‘적당한 수준이었다’고 답한 데 반해, 자영업자는 절반이 넘는 56%가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천종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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