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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미 ‘외교적 소통’ 강화…남북 ‘직접 소통’은 약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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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무성으로 바뀐 대미 협상 채널, 어떤 변화 있을까

미국과 핵 협상 오랜 경험…북 ‘통미봉남’ 전략은 아닌 듯

이도훈·비건 , 이번 주 베를린서 북·미 실무협상 관련 논의

경향신문

리용호 외무상(왼쪽),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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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미 협상 채널이 기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바뀐 것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 뒤 “북한 외무성이 우리의 카운터파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 측 확인을 거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부위원장이 맡았던 북한의 대미 협상 총괄 책임을 리용호 외무상이 담당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이 그동안 강력히 희망했던 것이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했지만 관계는 좋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는 강경하고 비외교적 태도를 보이는 김 부위원장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공공연히 터져나왔다. 이 때문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재개되는 북·미 협상을 외무성이 총괄하게 되면 실무레벨 간 소통의 어려움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은 오랜 기간 미국과 핵 문제를 협상하면서 많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핵 문제에 대한 양측 인식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서 같은 ‘랭귀지’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접촉이 재개되면 협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 채널이 바뀌었다고 해도 핵 문제에 대한 북·미 간의 근본적 입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결정적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북한 외무성과 미국 국무부 간의 협상도 순조로웠던 적은 별로 없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북·미 양측이 얼마나 진전된 태도로 협상에 임할 것인지, 협상 대표가 얼마나 많은 재량을 갖고 있는지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협상 채널 변화는 한국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남·대미 협상을 모두 통전부가 담당하던 때와 달리 외무성이 대미 핵협상을 전담하게 되면 핵 문제에 대한 남북 간 소통 채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당분간 남북관계보다는 북·미 대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통미봉남’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정부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포함한 남북 간 협력 사업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하고만 대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 한 당국자는 “북한이 남한을 봉쇄해서 얻을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남한을 우회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8~11일 유럽을 방문해 북한과 실무협상 재개 준비에 들어간다. 외교부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9~12일 독일을 방문해 비건 대표와 만난다고 밝혔다. 북·미 실무협상을 위한 장소와 의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실무협상 재개에 앞서 양국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유신모 기자·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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