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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들이 홍콩이 아닌 중국 정부로 목표물을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철저한 언론 통제로 홍콩 시위에 대해 잘 모르는 중국 본토인들에게 홍콩 시위의 목적에 대해 알림으로써 중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홍콩에서는 오후 3시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주최 측 추산 23만명 이상이 모인 송환법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대들은 침사추이에서 인근의 웨스트 카오룽 고속철역 부근까지 행진하며 '송환법 반대' '캐리람 장관 사퇴' 등을 외쳤다. 일부 시위대들은 중국어로 본토 관광객들을 향해 "홍콩은 민주주의를 원하고 자유를 원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과거 홍콩 정부청사 주위로 운집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였던 시위대들이 가두행진 목적지로 카오룽 고속철역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침사추이와 카오룽 고속철역은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고속철을 이용해 홍콩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지역으로 홍콩 내에서도 중국인 본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통한다. 특히 지난해 홍콩과 중국을 14분 거리로 연결한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홍콩 관광객의 78%에 해당하는 6500만명이 중국인으로 기록됐을 정도로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시위대들은 송환법 반대에 대한 중국 본토인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주말 중국인들로 붐비는 지역으로 가두시위 목적지를 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한 홍콩 시민은 "중국인들도 홍콩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우리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하며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향해 홍콩 와이파이에 접속해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시위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것을 촉구했다. 시위대들은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를 통해 다수의 애플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에어드롭'을 이용해 중국 본토인들에게 홍콩 시위에 대해 알리기도 했다.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채 시위를 지켜본 중국인들 대부분은 "중국 내에서는 뉴스 검열 때문에 시위에 대해 잘 몰랐다. 실제로 홍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침사추이와 카오룽 고속철역에서 벌어진 시위는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시위 종료 이후 일부 시위대들이 저녁부터 홍콩 시내 쇼핑 중심지역인 몽콕으로 몰려들면서 시위가 다소 과격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요일 밤 수백명의 시위대들이 몽콕 지역에 모여 경찰과 대치했으며, 경찰이 이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시위자들이 체포되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고 전했다.
8일 새벽 일찍 홍콩 정부는 대변인을 통해 "홍콩은 법치주의를 지지하는 사회로 시민들은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침사추이에서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시위대들이 몽콕 거리를 점거한 것은 유감이다. 시위대들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주변 교통과 상업 활동에 타격을 줬다"고 비난했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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