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청문·교육부 동의 거쳐 취소 확정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등 교육단체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 운영성과 평가(재지정 평가)를 받은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13곳 중 절반이 넘는 8곳이 지정 취소 위기에 내몰렸다. 앞서 전북과 부산에서 ‘원조 자사고’로 불리는 상산고와 해운대고가 잇따라 재지정 평가에 탈락한 데 이어 ‘교육 1번지’ 서울에서도 같은 사례가 잇따르면서 교육계에 일대혼란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교육청 “8개 자사고, 목적 달성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평가 대상인 자사고 13개교 중 8개교에 대해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각 학교에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는 경희고와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다.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한가람고, 하나고 5개교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시교육청은 전날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들 13개 학교의 평가 결과를 심의한 결과 경희고, 배재고 등 8개교가 자사고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8개교는 청문절차를 거쳐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동의하면 2020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다만 현재 재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한다.
9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19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관련 현황’. 올해 평가 대상인 학교들과 2014년 당시 평가 결과 등이 함께 정리돼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
자사고 평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5년마다 이뤄진다. 올해는 서울 전체 자사고 22곳 중 과반인 13곳이 몰려 있어 결과 발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시교육청은 이번 결과 발표의 후속조치로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들에 대한 지원 방안과 서열화된 고교체제 정상화 방안 등을 포함한 입장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평가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평가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며 “이번 평가 결과가 경쟁 위주의 고교교육과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또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들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 각계 반발 거셀 듯
애초 교육계에서는 이번 서울지역 평가에서 재지정 탈락 사례가 다수 나올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되는 조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한 데다 자사고 등 폐지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 1기였던 2014년 평가 때도 대상이었던 14개 자사고 중 8곳이 기준점수에 미달한 바 있다. 이번에 지정 취소 위기에 놓인 8개교 역시 대부분 2014년 평가 때도 재지정 취소나 취소 유예 처분을 받은 곳이다. 그러나 당시 ‘진보 교육감’들과 각을 세우던 박근혜정부 교육부가 시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자사고로 살아남았다.
서울시자율형사립고학부모연합회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자사고 죽이기 즉각 중단’과 ‘교육의 자율성·다양성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
이번 평가 결과를 두고 지정 취소 위기에 몰린 자사고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서울 자사고들은 발표 전부터 “평가지표가 불리하게 구성됐다”며 반발해왔다. 일부 학교는 소송전까지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인 김철경 대광고 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해당 학교별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사고 학부모들도 “한 곳이라도 평가에서 탈락한다면 모든 학교가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전의를 다진 바 있다. 교육단체들도 자사고에 대한 각자 입장에 따라 찬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인천시교육청도 이날 인천포스코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이로써 지난달 20일 전북 상산고를 시작으로 올해 전국 24개 자사고들의 평가 결과 발표가 이날로 마무리됐다. 자사고를 둘러싼 교육현장의 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 관계자는 “최대한 신속하게 각 교육청의 평가 결과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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