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4곳 중 13곳만 유지…"자사고 폐지 현실화"
교육계 "현 정부 기조에 진보 교육감들 동조"
서울과 인천을 끝으로 올해 전국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가 모두 마무리됐다. 24개 대상 자사고 가운데 살아남은 학교는 13곳이다. 나머지 11곳(45.8%)은 재지정 취소 결과를 받아 일반고로의 전환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자사고 폐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자율형 사립고 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 서명서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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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은 9일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 13개 학교 가운데 경희고와 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중앙고·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곳을 지정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인천교육청은 인천포스코고에 대해 자사고 재지정 유지 결론을 내렸다.
이날 서울과 인천 결과를 마지막으로 올해 평가대상인 전국 24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가 끝이 났다.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학교는 전북 상산고를 비롯해 경기 안산 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서울 세화·중앙·숭문고 등 총 11곳으로, 취소율은 45.8%에 달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현 정부가 국정 과제로 내걸은 ‘자사고 폐지’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정부 정책에 보폭을 맞추며 자사고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준점(80점)에 단 0.39점 미달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전북교육청은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기준점을 10점 높게 잡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호응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육부가 (상산고의 자사고 취소에) 부동의 한다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에 들어가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자사고 폐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김 교육감은 진보적 교수 단체로 알려진 민교협(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회원 출신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8개 자사고의 재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대표적인 ‘자사고 폐지론자’로 알려져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2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 폐지는 시대정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6월 26일 오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이 출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유은혜 장관 뒤로 지나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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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취소 결정이 내려진 학교들은 앞으로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의 동의·부동의 판단을 받게 된다. 자사고 폐지에 대한 최종 심판인 셈이다. 지난 8일 전주 상산고·안산 동산고·부산 해운대고가 자사고 취소에 대한 청문을 진행했고, 서울교육청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지정 취소된 8개 자사고의 청문에 들어갈 계획이다. 서울교육청은 청문에서 자사고 취소가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청 평가 결과와 청문 결과 등을 토대로 최종 동의 여부를 가리게 된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자사고 등 특수목적고에 대한 지정 취소는 시·도교육청과 교육감의 결정에 교육부 장관의 동의해야만 이뤄질 수 있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사고 취소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분석이다. 유은혜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여러차례 자사고 폐지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자사고는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았고, 우수학생들이 자사고로 쏠렸다"며 "일반고 학생들이 제대로 학교생활을 못 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자사고가 명문대를 가는 교육과정으로 왜곡돼 운영됐던 것이 문제"라며 "창의적 교육은 우수한 학생들만 모여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생들이 모였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 정부가 자사고 등 특목고를 억제하고, 교육을 평준화겠다는 정책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한차례 제동이 걸린 바 있다. 2017년 12월 정부는 자사고와 일반고를 중복해 지원하지 못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자사고 선발에 떨어진 학생을 일반고로 임의 배정해 ‘교육 평준화’를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반발한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과 최명재 민족사관학교 이사장, 학부모, 중학생 등 총 9명은 지난해 2월 "현 정부가 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 4월 자사고 지원자들의 일반고 이중지원을 제한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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