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며 쳐다보고 있다. 오사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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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만에 탱크, 미사일 등 22억달러(약 2조 6,000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추진하자 중국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정부와 관영 매체는 보복조치의 타깃으로 삼은 미 군수업체 명단을 거론하며 위협수위를 높였고,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미국 내 직원을 감축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최대 역점인 일자리 정책에 어깃장을 놓을 참이다. 인민해방군은 화약고인 대만해협에서 또다시 군사훈련을 예고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 기업을 제재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와 기업은 이들과 협력이나 상업 왕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 12일 “국제규범을 어기고 국가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미 기업을 상대로 제재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잇단 경고 메시지다.
외교부는 구체적으로 제재 대상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 국방부 자료를 인용해 스팅어 미사일을 판매하는 레이시온, M1A2 에이브럼스 탱크 제조사인 제너럴 다이내믹스, 탱크 장비 업체 BAE와 오시코시를 지목했다. 대만에 제공할 지상무기와 연관된 기업들이다. 오시코시는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운반 차량을 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은 무역전쟁 와중에 비수로 아껴뒀던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군사 갈등과 상관없는 미국의 민간업체까지 희생양으로 들먹이기 시작했다.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을 규제한 것과 닮았다. 가령, 중국의 사마륨 코발트는 M1A2 탱크 항법장치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중국 금융기관이 담보대출을 거부하면 민간 제트기 제작사인 걸프스트림은 돈줄이 끊겨 중국에서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군수업체가 아닌데도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자회사라는 이유로 유탄을 맞을 처지다. 이 회사의 제트기는 중국 부호들이 선호하는 기종으로, 1대당 가격은 7,000만달러(약 827억원)에 달한다. 쉬광위(徐光裕) 중국 군비관리ㆍ군축협회 이사는 “미 군수업체의 최종 생산품만 놓고 보면 중국과 무기거래를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칠 뿐”이라며 “중국은 이들 기업의 공급 체인을 틀어막거나 특정 부품의 유통을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이 불편한 심기를 관영매체를 통해 에둘러 표현하며 미국과 대만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화웨이의 연구개발 자회사인 퓨처웨이가 수백 명의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재선 가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제대로 생채기를 낸 셈이다. 퓨처웨이는 텍사스ㆍ캘리포니아ㆍ워싱턴주 등에서 85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동시에 “국가안보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 기업들이 2~4주 내로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내줄 수도 있다(로이터 통신)”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미 상무부가 화웨이를 거래금지 기업으로 지정한 이후 퓨처웨이 직원들은 중국 본사와 소통하는 데 제약을 받았다고 WSJ는 설명했다.
압박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국은 무력시위도 빼놓지 않았다. 국방부는 14일 “동남연해 해역과 상공에서 조만간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동남연해는 대만을 언제든 타격할 수 있는 곳으로, 훈련 일시와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과거 항행금지구역 선포에 그치던 것에 비하면 군이 좀더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또 대만을 상정한 모의연습인 ‘주르허(朱日和) A’ 군사훈련도 실제 병력 동원 단계로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1일 항모 랴오닝 전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지 불과 한달 만의 실력행사다.
중국 국방부는 “예정된 연례적 훈련”이라고 설명했지만, 지난 11일 미국의 무기판매에 불만을 드러내며 엄정한 교섭을 제의한 것에 비춰보면 서둘러 칼을 빼든 모양새다. 중국과 대만 언론들은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겨냥한 경고의 의미”라고 해석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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