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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갑질 임원 고발해도 회사에…신고센터 없는 곳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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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현실은 피해자만 고통


<앵커>

이렇게 직장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손 봐야 할 곳도 많습니다. 피해 신고를 회사 대표나 인사팀에 하게 돼 있어서 피해자들이 이야기 꺼내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고, 또 아예 피해 신고를 어디에서 받을지 정하지 않은 회사도 있습니다.

달라진 법에 과연 우리 현실이 따라가고 있는지 원종진, 정경윤 두 기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손해보험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임 모 씨는 2년 넘게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임 씨는 지난 2017년, 차량관리실장과의 갈등 끝에 폭행을 당했습니다.

직장 상사는 폭행죄로 벌금형까지 선고받았는데 회사에서는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개인 간의 문제라는 이유였습니다.

[임 모 씨/손해보험사 운전기사 : 이 상황에 대해서 (회사는) 알아보려는 의지도 없고, 가해자는 아직도 당당하고. 오히려 제가 피해자인 양 제가 그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하고, 너무 치욕스럽고.]

문제 제기 이후 임 씨는 되려 계속 소란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낙인찍혔고, 2년 전부터는 일을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같이 일하기 힘들다. 회사는 이런 이유를 댔습니다.

[손해보험사 홍보 담당 : 급여는 정상적으로 다 지급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알려지게 됐으니까 누가 그분에게 말을 걸거나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회사도 그런 분을 어떻게 마음 놓고 쓸 수 있겠습니까.]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임 씨 사례처럼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회사에 취업 규칙을 바꾸도록 명시한 것은 바로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장 갑질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취업 규칙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 임원의 상습적인 성희롱 발언과 욕설이 문제가 됐던 회사를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직원들은 갑질 실태가 대대적으로 공개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회사 대표에게 문제의 임원을 징계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대표는 오히려 임원을 두둔하고 나섰고 고용노동부도 근로 감독에 나섰지만 과태료 4백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이 모 씨/회사 직원 : 회사에서 비호를 해버리기 때문에 '욕설은 불법이 아니다, 여기 있는 직원 중에 욕 안 해본 사람 있느냐' 이러니까… 2차 피해가 있다 보니까 직원들이 주저하죠. 누가 본인의 직을 걸고 신고하겠습니까.]

회사 안에서는 갑질 피해를 해결할 수 없는 현실, 직원들은 결국 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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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조차 마련하지 못한 회사가 많다는 겁니다.

외부 손님이 방문하면 여직원에게 식사 음식 서빙을 시키고, 회장님 공장 방문 때는 남녀직원 가리지 않고 장기자랑 해야 한다는 이 회사.

[강성우/회사 직원 : 특정 여직원들을 순번까지 정해서 '이번 달에는 누구, 다음 달에는 누구' 이런 식으로 그 밥을 서빙해드려라.]

하지만 회사의 문제 의식은 직원들과는 차이가 큽니다.

[회사 임원 : 회사가 그걸 어떻게 강요를 할 수 있겠습니까. 밥을 다 주걱에 밥그릇에 퍼주는. 그래도 밥은 제대로 된 따끈한 밥을 먹어야 한다고… 그게 저희 회사의 큰 자랑이었어요.]

이런 문화를 고치기 위해 '괴롭힘 신고센터'를 만들어달라는 직원들의 요구에 답이 없던 회사는 SBS의 취재가 더 진행된 뒤에야 챙겨보겠다고 답변합니다.

[회사 임원 : 그게 만약에 그게 저희들이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건 검토가 필요 없는 겁니다.]

오늘(16일)부터 법이 시행되긴 하지만, 법만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저희 SBS 청년 홈페이지로 제보 주시면 저희가 현장으로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계속해서 살펴보고 보도하겠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이승진·박진훈, VJ : 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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