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삼바 분식회계 근거없는데…과잉수사로 적법절차 위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2018년 11월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했지만 올해 들어 법원에서 집행정지 가처분이 두 차례 인용됐다. 당국의 무리한 결정이라는 방증이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금융당국은 지난 3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입장을 수차례 번복했다. 이런 와중에 기업이 사업을 하기는 힘들다."(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

"파트너사의 콜옵션 행사로 지배구조가 변하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 회계 기준 변경은 정당하다."(이동기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조사가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삼성바이오 사태를 촉발시킨 분식회계 의혹을 일축했다.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사단법인 시장경제제도연구소와 자유경제포럼이 주최한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금융감독원 분식회계 주장의 논리적 허구성과 함께 검찰의 과도한 압수수색 등 절차적 문제까지 지적했다.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삼성바이오 사태가 기존의 분식회계 건과는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분식회계란 기업이 허위 거래가 있었음을 조작하는 것인데 삼성바이오 건은 자회사 기업 평가를 위한 회계 기준 변경이 타당한지 살펴보는 것"이라며 "다른 분식회계와 달리 재무제표와 근거 자료 간에 불일치를 따져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지분 매입) 행사 후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지배구조가 그제야 단독이 아니라 실질적 공동 지배가 된 것"이라며 "단독에서 공동 지배로의 구조 변화를 회계 기준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젠과 에피스를 합작 설립하면서 85% 지분을 보유했고, 바이오젠은 향후 '50%-1주'까지 지분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바이오젠과 콜옵션을 맺었기 때문에 에피스는 처음부터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단독 지배)가 아닌 '관계회사'(공동 지배)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판매 증가로 기업가치가 높아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진 뒤에야 에피스를 단독 지배하기 힘든 관계회사로 보고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회계처리를 변경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 교수는 에피스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선 "(에피스처럼) 비상장기업 가치에 대한 일률적인 객관적 평가 방법은 없다"며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채는 행사 시점 가격으로 계산한 반면 에피스 자산은 구입 원가로 낮게 계산해야 한다는 금감원 주장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금감원 측은 에피스 주식 1157만주를 자산으로 평가할 때는 구입 원가인 2650억원으로, 콜옵션 부채로 계상하는 523만주는 2조1820억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금감원 방식대로라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 후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나머지 에피스 주식 634만주 가치는 마이너스 1조9000억원가량이 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감원과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공정가격을 내세워 자산을 과대 계상함으로써 에피스 가치를 4조5350억원이나 부풀렸다는 입장이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삼성바이오는 2015년 12월 정당한 방식으로 회계 기준을 변경했다고 강조했다. 이동기 교수는 "콜옵션은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큰 사업에서 단계적 투자 전략"이라며 "바이오젠은 에피스가 판매하는 바이오시밀러 성과를 보면서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늘린 것인 만큼 이때부터 삼성바이오는 공동 지배 체제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형 국제회계기준(K-IFRS)은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원칙과 근거만을 제시하고 기준이 불분명해 선택 판단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회계전문가가 아닌 검찰이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법률 위반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헌 변호사는 "삼성 임직원 8명을 구속하고, 19회에 걸친 압수수색 등 검찰의 일방적 과잉 수사는 사기업 통제·관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헌법 제126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삼성 측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려 삼성물산과의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의혹에 대해 "양사 간 합병은 2015년 7월 시작해 9월에 끝났고,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변경은 합병이 종료된 그해 12월부터 이뤄졌다"며 "시점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되면서 그룹 지배력을 확보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의 '삼성 때리기'는 헌법에 규정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향후 '재벌 해체'로 폭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병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