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오래 전 ‘이날’]7월19일 ‘찍히면 죽는다’···고용불안 시대의 직장생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9년 7월19일 ‘찍히면 죽는다’...고용불안 시대의 직장생활

‘경기불황’은 필연적으로 ‘고용불안’을 낳습니다. 구직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은 ‘해고’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데요. ‘생존’ 위기는 ‘갑’과 ‘을’을 가르고, ‘먹고살기 위해 나는 이렇게까지 참았다’ 류의 슬픈 사연들을 양산해 냅니다. 이는 최근 이야기가 아닙니다. 언제부턴가 계속 이어져 오는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겁니다. 10년 전 오늘에도 경향신문에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는 기사가 실렸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제목부터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고용불안에 말 잘듣고 눈치 보고···순한 양이 된 직장인’이 제목입니다. 기사는 대부분 직장인들의 증언으로 채워졌습니다. 우선, 대기업에 다니는 조모씨 인터뷰입니다. 최근 마케팅 관련 업무에서 자료 분석 업무를 하게 된 조씨는 “따분한 업무지만 불만스러운 티는 낼 수 없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자리라도 없어지면 큰 일”이라고 합니다.

유명 인터넷 포털업체에서 근무하는 류모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류씨의 문제는 ‘금요일 회식’ 입니다. 류씨는 “2년 전만 해도 주 5일제에서 금요일 회식은 금기 사항이었다”며 “지금은 팀원 누구도 금요일 회식에 고개를 가로젓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더욱 슬픈 건 류씨는 토요일 야구를 취미생활로 하고 있었는데요. 회식 때문에 번번이 빠지게 됐다고 합니다.

상사에게 ‘찍히면 안 된다’는 인식은 ‘품앗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외국계 컨실팅 회사를 다니는 서모씨는 “지각 출근하는 동료가 있으면 컴퓨터 켜주고 자리를 흩트려 놓은 뒤 상사에게 ‘잠깐 화장실 갔다’고 말해준다”며 “예전 같으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데 부담이 안됐지만 요즘엔 갈 데가 없으니 어떻게든 붙어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보기술업체에 다니는 주모씨는 “과거에는 업무시간에 잠깐 이발소도 다녀오고 했지만, 지금은 아파도 웬만하면 퇴근 뒤에 야간진료하는 병원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몸이 아파도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고용불안 시대는 단지 상사에게 ‘찍히지만 않으면 된다’로 끝나지 않습니다. ‘충성 경쟁’도 해야 합니다. 외국계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모씨는 “과잉 충성하는 비정규직 인턴들이 껄끄럽다”고 합니다. 김씨는 “정규직을 원하는 인턴들은 회식자리에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은 물론, 온몸을 던져 회식 분위기를 띄운다”고 합니다. 김씨는 “상사들이 드러내놓고 ‘인턴 막내들처럼 적극적으로 일 좀 해보라’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덧붙였습니다. 통신업체에 다니는 신모씨는 “식사 뒤 커피를 마셔도 예전에는 팀장이 커피값을 냈는데 요즘엔 밑에서 서로 내려고 경쟁한다”고 했습니다.

전부 극단적인 사례일까요? 통계자료를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취업정보제공업체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0.1%가 ‘불황과 경기침체로 직장에서 비굴하고 민망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비굴한 행동으로는 회의 시간에 무조건 ‘예스’라고 맞장구를 치거나, “팀장님 없으면 사무실이 안 돌아가요”라면서 아부하기, 굳이 보고하지 않아도 될 일을 일일이 브리핑하기 등이 꼽혔다고 합니다.

이 기사의 내용은 10년 전 이야기인데요. 내용을 보시고 “어, 내가 오늘도 한 일인데?”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또 “당연히 저렇게 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고용불안’이라는 현상이 항시적인 것이 됐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한 ‘갑질’ 문제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정부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노동환경의 개선을 위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인데요.

▶① 지위 이용해 ② 업무범위 넘어 ③ 고통 주면…16일부터 ‘직장갑질’


사실, 정말 당연한 이야기들로 법이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한데요. 놀랍게도 이 법으로 첫날에만 9건의 진정이 고용노동부에 접수됐다고 합니다. 고용불안과 직장 갑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요?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