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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한옥 상반기만 12건 불…노후 전기시설 교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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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오래되고 목재라 불에 잘 타

서울시, 노후 배선 교체 신청받아

전주 한옥마을 화재경계지구 관리

중앙일보

지난 5월 28일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진화 훈련을 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은 총 735채의 한옥이 있 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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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옥을 개조한 식당과 카페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옥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일 충남 공주시 공주한옥마을의 한 음식점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식용유를 이용해 조리하던 중 불이 났고 벽을 타고 옮겨붙었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20분 만에 진화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공주소방서 관계자는 “목조건물이다 보니 불이 나면 크게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주소방서는 지난 16일 한옥마을 내 식당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했다. 지난달 25일에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한옥 식당에서 불이나 직원 5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 이송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한옥건물에서 19건의 불이 났다. 올해 1~6월에 벌써 1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월 충북 영동에서 한옥 주택이 전소하면서 총 2억9000여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화재였다.

지난 4월 대구광역시 서구 내당동의 한 한옥 주택에서 불이 났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30여분 만에 진화했지만 홀로 살고 있던 A씨(84·여)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집도 다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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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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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화재에 특히 취약하다. 거의 모든 한옥이 건축한지 오래 됐고, 전기시설이 노후화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7~2016년 대표적인 한옥촌인 북촌에서 화재 25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전기 시설에서 불이 난 게 9건이다. 한옥은 과거의 노후 배선을 그대로 사용해 현행 안전규격에 부적합한 경우가 많으며 두꺼비집(세대분전반)이나 접지 장치가 불량한 경우도 많다.

신축 한옥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옥을 목재로 짓기 때문에 불이 잘 번진다. 조선호 소방청 대변인은 “한옥은 구조상 나무 사이 틈이 있어 불을 빨리 발견하지 않으면 틈새로 번져 건물 전체를 해체해야 한다”며 “겉에 물을 뿌려도 목재 속 불은 꺼지지 않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소방기본법에 따라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지역은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되면 연 1회 소방특별조사·소방훈련·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전국 목조건물밀집 지역 중 화재경계지구는 20곳이다.

한옥 735채가 모여있는 국내 최대 규모 한옥주거지인 전주 한옥마을도 2014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지상과 지하·급수탑·비상소화장치 등 총 62곳에 소방용수가 설치됐다. 전체 한옥 세대에는 소화기 등 기초 소방시설이 보급됐고, 화재·지진 등에 대비한 풍재보험에도 대부분 가입돼 있다는 게 전주시 설명이다. 소방 당국은 전주시와 주민, 의용소방대 등과 합동으로 매달 한 차례 소방 훈련을 하고 있다.

도심 한옥이 많은 서울시는 전체 한옥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노후 전기배선 교체공사 현장 점검을 마치고 오는 8월 교체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한옥 노후 전기배선을 교체해왔다. 지난해에는 총 9동을 교체했으며 올해는 8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한옥은 총 1만1000여 개로 파악된다. 추가 신청은 한옥지원센터에 전화하거나 방문하면 된다.

조 대변인은 “고층건물과 달리 단층인 한옥은 대피가 쉬워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화재경보기를 방마다 달아 조기 발견하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식당의 경우에는 식용유 과열 등 화재에 사용되는 주방화재용 소화기(K급소화기)를 배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전주=김준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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