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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필동정담] 족쇄 풀린 공유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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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공유주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 때문이었다. 2017년 우버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그가 설립한 회사가 공유주방 '클라우드 키친'이었다. 차량공유 선구자 격인 캘러닉이 공유경제의 다음 스텝으로 고른 비즈니스가 공유주방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그가 지난해 한국에서 비공개 사업설명회를 열고 서울에서 빌딩 여러 채를 매입해 공유주방으로 만들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공유주방은 핫이슈로 부상했다.

외식 사업자들에게 공유주방은 엄청난 비용 절감을 의미한다. 공유주방은 2010년 이후 미국 영국 인도에서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배달음식 천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는 더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도 공유주방이 있지만 진정한 공유라고 보긴 힘들다. 식품위생법상 1개의 음식사업자에게 1개의 주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어서 냉장고, 조리설비도 같이 쓸 수 없다. 여러 사업자가 주방을 같이 쓸 경우 교차오염이 발생하고, 위생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규명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 보니 한 공간이어도 다닥다닥 칸막이를 쳐 사실상 아무것도 공유하지 못했다.

외식업계에서는 '1주방-다사업자'를 꾸준히 요구해 왔는데 최근 비로소 족쇄가 풀렸다. 정부가 신산업 분야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면서 '공유주방'을 포함시킨 것. 정부는 공유주방 2곳에 한해 2년간 1개의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사용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고 현재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만 가능하던 것에서 기업 간 거래(B2B) 사업도 허용해주기로 했다. 외식업계 트렌드가 바뀔 만한 큰 변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유주방 규제를 완화하는 식품위생법 개정도 준비 중이어서 공유주방 대중화도 머지않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공간을 임대해야 했던 식품 스타트업들에 적은 이용료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공유주방은 희소식이다. 빌딩 전체가 공유주방이고 수십 개 외식업체들이 입점하는 날이 곧 올 수도 있다. 공유주방에서 불기 시작한 공유 바람이 아직도 규제에 막혀 옴짝달싹 못하는 차량공유, 승차공유, 숙박공유 등으로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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