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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한은 금리 인하… 정책기조 안 바꾸면 ‘반쪽 효과’ 그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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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6월 사상 최저인 1.25%로 내린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8월 인하에 무게를 두던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격적인 결정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내수와 투자가 얼어붙은 데다 수출마저 곤두박질친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1분기 -0.4%의 역성장에 그친 경제성장률은 2분기와 하반기에도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제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끌어내린 이유다. 올해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에 그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한은이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0.4%에서 -5.5%로,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2.7%에서 0.6%로 낮춘 것도 우려를 낳는다. 2019∼2020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연평균 2.5∼2.6%로 떨어졌다.

시장에선 국내외 경제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만큼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금리 인하가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을 낮춰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수 있지만 부동자금만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 기업 투자가 부진한 것은 자금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기업 환경 악화 등 구조적인 요인 탓이 크다. 6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국내 단기부동자금은 1100조원이 넘는다. 이들 자금이 흘러들 수 있는 물꼬만 터주면 기업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구조개혁 연례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노동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규제와 관련해선 “시장 규제가 특히 서비스 분야의 경쟁과 생산성 향상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조치가 효과를 거두려면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등 정책 수단이 함께 동원돼야 한다. 이런 구조개혁이 단행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는 ‘반쪽 효과’에 그치거나 가계 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급등 같은 부작용만 키울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과 정부 재정에 부담을 안겨주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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