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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마지막이란 생각에 시작한 영상 일기… 인생 최고의 선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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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니닌니 다이어리' 5년 前 암 진단 받은 김선일씨, 두 딸과의 일상 영상으로 기록

애청자에 청정 유튜브라 불리며 조회수 3억8000만 넘어서

"어쩌면 삶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든 걸 내려놓자, 아이들과의 추억을 남겨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두 딸과의 평범한 일상 영상들로 3억80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 '간니닌니 다이어리'의 김선일(48)·고은주(45) 부부는 남편 김씨가 5년 전 암 선고를 받은 이후 '영상 일기'를 찍기 시작했다. 고씨는 열 살도 되지 않은 두 딸을 앉혀두고 말했다. "나중에 아빠나 엄마가 하늘나라 가서 서로 못 보게 됐을 때, 앞으로 찍을 영상을 보면서 떠올릴 수 있을 거야."

8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간니닌니' 가족은 서로 눈만 마주쳐도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상 '주말 가족'이었던 맞벌이 부부는 힘든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야근에 치여 살던 아빠 김씨는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림프샘까지 번져 있었다. 예후가 좋지 않다는 의사의 말에 고씨는 "지금 아이들의 모습을 그림일기로 남겨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시작한 '추억 남기기'가 지금의 '영상 일기'로 발전했다.

조선일보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 한 카페에 모인 ‘간니닌니 다이어리’ 가족. 왼쪽부터 아빠 김선일씨, 작은딸 리흔양, 큰딸 가흔양, 엄마 고은주씨. 김씨는 “아이들이 나중에 다시 봐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영상을 만들어주는 게 내 목표”라고 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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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니닌니'라는 이름은 큰딸 가흔(13)양과 막내딸 리흔(9)양의 애칭을 이어붙여 만들었다.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상이 아니다 보니 밋밋하고 속도감이 없다. 가끔 등장하는 자막이 특수효과의 전부. 애청자들 사이에선 '청정 유튜브'라고도 불린다. 리흔양이 문방구에 가서 뽑기를 하고 아빠를 위해 식빵을 굽는 영상을 수백만 명이 시청했다. 아빠 김씨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화려한 영상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온 가족이 모여 만든 영상 일기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을 줄이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김씨의 치료도 수월하게 진행됐다. CJ ENM의 1인 창작자 지원 사업 다이아 TV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아이들은 스타가 됐다. 소심한 성격에 수업 시간에 손 한번 들지 않던 가흔양은 "다른 반 친구들이 저 보고 '롤 모델'이라고 얘기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부부에겐 높아진 인기보다 언제든 아이들과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 김씨는 지금도 옛날 영상을 돌려 보면 눈물이 흐른다고 한다. 고씨는 "영상들을 보면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뭉클해진다"고 했다.

엄마 고씨는 최근 '유튜브! 아이의 놀이터가 되다'를 펴냈다. 새벽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에 퇴근하기를 반복하던 맞벌이 부부가 영상 일기를 접점으로 아이들과 가까워지며 느낀 점들을 담았다. 고씨는 "난 나쁜 엄마 중에서도 가장 나쁜 엄마였다"며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방법을 배워나갔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은 단 하나, '선택받는 삶'이 아닌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 고씨는 인터뷰 내내 해맑게 장난치는 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 아이들은 좋은 회사에서 선택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삶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자유롭게 꿈꿔 보지 못하면 꿈꾸지 못하는 어른이 될 테니까요."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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