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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한일 경제전쟁]근로시간 단축 대안없이 '소재 국산화' 추진…선택근로제 확대는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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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임시국회서 선택근로제 확대 논의했지만 합의 무산

정부, R&D분야 주 52시간 근로 대응방안 모색 중

업계, 장기적으로 선택근로제 단위기간 1개월→3~6개월 필요 주장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핵심 부품 및 소재를 국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업계는 활발한 연구개발(R&D) 활동을 위해 서둘러 선택근로제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9일 국회 등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5일과 17일, 18일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의 단위 기간 확대 입법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여야 입장 차로 난항을 겪으며 결국 이번 6월 임시국회 내 통과가 무산됐다.

여야 모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선택근로제를 놓고서 의견이 갈렸다.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대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현 1개월에서 3∼6개월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난색을 보여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대응하는 차원에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선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민하게 R&D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들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R&D 분야에서는 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면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52시간제 시행으로 연구에 어려움이 생겼다. 특례를 늘리는 등 유연한 운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관련해 R&D 분야의 어려움을 해소할 만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날 홍남기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 수출 보복과 관련,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데 R&D만이라도 주 52시간제 예외 업종으로 허용해달라. 일본 수출 보복과 관련해 풀어줄 생각이 있느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R&D 관련은 (검토하고 있다)"이라고 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례업종으로 분류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선택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며 "유연근로제를 확대 적용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R&D 업계는 선택근로제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인 지원책이나 정부가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현행 1개월인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유연하게 근무하는 업종 특성상 기간별 작업량 예측이 불가능해 정산기간 1개월로는 대응이 힘들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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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프로젝트 마감 3개월~4개월 전에 일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고용노동부의 ‘2017년 SW업계 월별 초과 근무’에 따르면 사업기획이 수립되는 3월, 4월과 프로젝트 종료가 예정되어 있는 10월, 11월에 초과근무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SW), 게임, 디자인, 설계 등 직종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처럼 미리 근무표를 정해 놓고 연장근무를 하는 탄력근로제가 적합하지 않다. 1주 또는 1일 근로시간에 제한이 없고, 정산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만 최대 52시간으로 맞추면 되는 선택근로제를 선호하는 이유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연구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단순히 투자를 늘리는 데서 나아가 선택근로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새로운 타협에 나서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와 마찬가지로 선택근로제가 건강권 훼손, 임금감소 우려가 있다고 보고 총파업에 나선 상황이다. 선택근로제는 정산기간 내 총 근로시간만 정해지기 때문에 일·주 단위로는 초과 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집중근무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선택근로제 확대를 고민해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건강에 어떤 문제가 있고 제도적으로 부작용은 없는지 등 합리적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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