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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택시-플랫폼 상생안, 택시총량제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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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택시관리 정책 틀 정비해야"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택시업계와 플랫폼업계 간 상생안’이 택시 과잉공급을 억제하기 위해 국토부 내부에서 추진해 온 ‘택시총량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총량제에 따르면 현재 택시시장은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택시 수를 줄여나가야 하는데, 상생안은 택시 감차 실적만큼 플랫폼 택시 허가를 내주도록 했기 때문이다.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국토부가 2015년 수립해 올해까지 적용하는 ‘3차 택시총량제’에 따르면 전국 택시 적정 대수는 20만2179대인 반면 전국에 공급된 택시는 25만5131대(법인 택시 포함)로 5만여대가 초과공급인 상태다.

택시총량제는 전국을 156개 사업구역으로 나눈 뒤 구역별로 택시 적정대수를 설정해 이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자가용 보급이 느는 등 수요는 줄고 있는 반면 공급은 많아 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택시산업이 위태롭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가 지난 2005년부터 5년 단위로 수급을 파악해 시행해왔다.

정부는 올해까지 2만5777대를 줄일 계획이었지만 2015~2017년 3년 간 1922대를 감차하는 데 그쳤다. 택시 포화상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발표한 상생안은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감차된 택시 수만큼 플랫폼 택시 운영가능 대수를 허가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는 정부가 세운 공적관리기구에 ‘기여금’을 내며 기여금은 감차 사업에 다시 쓰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행 택시총량제에 따라 매년 평균 900대의 택시가 줄고 있다. 제도가 정착되면 매년 ‘900대 플러스 알파(+α)’의 신규 플랫폼 택시가 허가를 받을 전망이다.

조선비즈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 한 대가 택시와 함께 서울역 앞을 달리고 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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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생안을 통해 기존택시 감차는 더 많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감차된 만큼 플랫폼 택시가 새로 허용돼 사실상 택시의 현재 총량이 유지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택시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 공급과잉을 해소한다는 택시총량제 취지와 맞지 않는 상황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적용할 ‘4차 택시총량제’를 위해 현재 각 지자체를 통해 현황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적정대수를 확정할 예정이다. 그간 감차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전국에 공급된 택시는 적정대수를 여전히 크게 웃돌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상생안이 현실화되면 택시가 전보다 효율적으로 운행될 수 있는 만큼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택시월급제 도입 및 사납금 폐지, 플랫폼 업계와의 결합 등으로 택시산업 구조가 좋아져 감차 필요성이 전보다는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다.

국토부 관계자는 "3차 택시총량제는 기존 제도 하에서 산출한 것이며 상생안 도입으로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그동안에는 잘못된 관행으로 공급된 택시 중 실제 운행하면서 손님을 태우는 택시가 적어 과잉이 발생했는데, 이런 점들이 개선돼 공급된 택시들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토부는 상생안이 감차를 활성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적관리기구가 기여금에 더해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금융시장서 자금을 조달해 플랫폼 택시 신규허가분보다 감차를 더 많이 하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공적관리기구는 시세에 따라 택시면허를 매입해 감차를 할 계획이다. 시세는 현재 1대당 6500만~7000만원 정도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식이나 재원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하반기 용역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생안 마련을 계기로 택시총량제 등 기존 택시 관리 정책의 기본 틀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택시총량제는 기존 택시 수급만을 따지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상생안을 통해 새로 편입되는 플랫폼 택시까지 고려해 수급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택시총량제는 택시 수준을 더 늘리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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