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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필리핀에서 UAE 두바이로 다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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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파일럿 도전기-115] 덥다. 너무나 덥다. 필리핀에서의 경비행기 훈련을 마치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돌아온 뒤 공항문을 나서자마자 '중동의 후끈함'이 확 덮친다. 동남아의 여름도 참으로 더웠는데 역시 중동의 여름이 더 강력한 것 같다. 캐리어를 끌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잠시 생각해보면서 숙소로 가는 택시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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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 동기 오스마 알람(Osma Alam)씨가 견장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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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견장식 그리고….

두바이로 돌아오기 전, 필리핀에서 주어진 커리큘럼을 다 소화하고 나서 견장식 세리머니를 했다. 여러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석교관(Chief Captain)이 직접 학생의 가슴에 금색 윙을 달아주는 행사다. 지금까지 거쳐 온 시간들이 생각나면서 참으로 뿌듯했다. 이제 작지만 어엿한 비행업계 종사자가 됐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나는 필리핀에서의 시간들이 참으로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물론 청결하지 못한 위생과 음식이라든지 혼잡함 그리고 치안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걸 다 뒤엎을 만큼 아름다웠던 자연들 그리고 현지 사람들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마찬가지다. 내가 친절하면 그쪽도 친절하게 대한다.

비행훈련을 위해 약 5개월간 머물렀던 필리핀 '클라크(Clark)'란 도시는 필리핀 안의 국제도시였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송도 자유구역정도 될까. 혼잡한 필리핀 내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비교적 깨끗하고 밤에 혼자 걸어다녀도 괜찮을 만큼 치안도 괜찮은 곳이었다. 새벽에는 근처 대운동장 트랙에서 조깅을 했으며, 가끔 근처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이제 이곳을 떠나면 다시 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차 비행훈련을 받았던 포르투갈 소도시 '폰테소르(Pon te Sor)'를 떠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것처럼. 그래서 그런지 수석교관이 "여길 떠나도 언제든지 놀러와라. 우리는 한 가족이니 따뜻하게 맞이해 주겠다"고 말했을 때는 뭔가 더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비행학교를 떠나기 전 고개를 돌려 입구를 쳐다보면서 '다음에 보자'라고 미소 지으면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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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장식이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는 동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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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미리트 항공 비즈니스석 타보니

필리핀 마닐라에서 UAE 두바이로 돌아오는 에미리트 항공편 비행기에서는 만석이 돼 있는 항공편에 예약을 늦게 해서 그랬는지 탑승 직전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되는 생각지 못한 호사를 누렸다. 몇 년전 마일리지를 영혼까지 끌어 모아 탔던 대한항공편 이후 생애 두 번째 비즈니스 탑승이다.

서비스의 질이나 좌석의 편안함 등은 대한항공과 비교해서 둘 다 비슷한 것 같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대한항공은 국적기이니 승무원들이 한국 사람들이고, 여기는 중동 항공사이니 기본적으로 영어로 소통을 해야 한다는 정도? 물론 비즈니스석 담당 승무원 정도 되면 많은 경험이 축적됐기 때문에 대충 보디랭귀지로 손짓 발짓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니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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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레이트 항공 비즈니스석을 타면 환영의 의미로 샴페인을 따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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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석의 장점이라면 역시 180도 완벽히 젖혀지는 의자에 있지 않을까. 마닐라에서 두바이까지 10시간 가까이 가는 동안 자고 싶을 때 언제든지 좌석에 이불 깔고 잘 수 있으며 (승무원이 다 깔아준다). 2만피트 상공에서 취하는 꿀잠은 '이래서 돈이 좋구나'라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각종 주전부리도 아예 비즈니스석 뒤편에 한 가득 쌓여 있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두바이에서는 지금까지 했던 것은 다시 잊고 'MCC(Multi Crew Co-operation)' 코스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약 두 달 진행되는 훈련인데, 제트기 시뮬레이터에 학생 조종사 두 명이 나란히 앉아 각종 절차와 비행기술을 배우는 단계다. 많이들 어려워하고 힘들어하기로 악명 높은 코스인지라 약간 긴장된다. 그래도 뭐 어쩌랴. 내가 선택한 길인데 감내하고 이겨내는 수밖에.

행복했던 비즈니스석 휴식을 마치고 상념에 잠겨있다 보니 어느 새 두바이 전경이 보인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Flying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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