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4 (월)

美, 호르무즈서 이란 무인기 격추… 중동 불안 다시 고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In this May 1, 2019, photo provided by the U.S. Navy, the amphibious assault ship USS Boxer (LHD 4) transits the San Diego Bay in San Diego, Calif. President Donald Trump says the USS Boxer destroyed an Iranian drone in the Strait of Hormuz amid heightened tensions between the two countries. Trump says it's the latest 'hostile' action by Iran. (Mass Communication Specialist 2nd Class Jesse Monford/U.S. Navy via AP) /뉴시스/AP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 해군 함정이 걸프 해역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무인정찰기(드론)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미국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더 강화된 핵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로드맵을 제시한지 몇시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뉴욕타임스와 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설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해군 함정의 퇴각 경고를 무시하고 1000야드(약 915m) 떨어진 상공에서 비행을 하던 이란의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대양으로 석유를 옮기는 유일한 통로로 세계 석유의 약 20%가 이 곳을 통과한다.

트럼프의 발언 직후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현지 시각으로 오전 10시경 무인항공기가 함정에 접근하면서 전파를 방해해 필요한 방어적 조치를 취했으며 이란의 무인항공기를 격추할 당시 함정은 공해상에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란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공격에 손실된 드론은 없다고 밝혔다. 유엔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우리의 무인기가 격추됐다는 정보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도 1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호르무즈해협이나 다른 어느 곳에서도 무인기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며 "미국의 강습상륙함인 USS복서가 실수로 자국 드론을 격추한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CNN은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해군의 드론 격추 주장에 앞서 같은 날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법 환적 혐의로 지난 14일 파나마 선적 유조선 리아호와 선원 12명을 법원 명령에 따라 억류했다고 발표했다. 라이호는 13일 밤 이란 영해 인근에서 행방불명됐다.

미 해군의 이란 드론 격추가 사실일 경우 지난달 20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 드론을 격추한지 약 한달만에 벌어진 상황으로 이미 불안정한 중동 상황을 더욱 고조시키는 형국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이 서로의 군 자산에 대해 직접 공격을 주고받은 것은 지난 1988년 4월 이후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미국과 이란은 미군 구축함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기뢰에 맞아 침몰한 일을 계기로 전면전을 벌였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제재를 발효시킨 이래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선박 보호를 위한 연합체 구상을 추진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무인기가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은 자국의 선박을 보호해야 한다"며 각국이 미국과 함께 선박을 보호하는 일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19일 워싱턴 주재 각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호르무즈해협 안전 도모를 위한 해양안보계획 합동브리핑'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몇몇 국가는 미국 측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호르무즈 호위연합체 구성 움직임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의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알리 파다비 부사령관은 이날 "미국의 배가 페르시아만에 들어올 때마다 지옥에 온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도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군기지를 방문해 "우리 군사전략은 방어가 원칙으로 전쟁을 먼저 일으키진 않지만 적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방어전략은 곧 공격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