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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화제의 책]알고리즘의 손안에서 놀아나지 않으려면 ‘종이책’을 읽고 ‘사색’을 되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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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빼앗긴 세계

프랭클린 포어 지음 | 이승연·박상현 옮김

반비 | 323쪽 | 1만8000원

경향신문

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묶어서 ‘GAFA’라고 부르기도 하는 가장 잘나가는 ‘테크 기업’들이다. 누군가는 이 이름을 듣고 ‘편리함’을 가장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맞다. 아마존에서 쇼핑을 하고 페이스북에서 친목을 다지며 애플을 통해 여가를 즐기고 구글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느새 우리 일상이 됐다.

물론 이들이 순수하게 즐거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프랭클린 포어가 쓴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 따르면 “이 네 개의 기업은 지금 개인성(개별성)을 무너뜨리는 중이다. 이들이 만든 기기나 웹사이트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적재산권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저작권의 가치를 무시한다. 또한 경제 영역에서는 인류가 공공선과 위대한 목표들을 추구하는 것을 경쟁이 방해한다는 정교한 논리를 내세워 독점을 정당화한다”.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이상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굳이 기업들의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다 알면서도 기업들이 주는 첨단 서비스의 편의성이 너무도 커서 이용하는 소비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이래도 저 기업들의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지 생각해보자. 책에서 포어는 “그들은 각 개인이 하루하루 내리는 크고 작은 선택들을 자동화하려 한다. 어떤 뉴스를 읽을지, 어떤 물건을 살지, 어떤 길로 이동할지, 어떤 친구를 사귈지 등을, 테크 기업이 만든 알고리듬이 제안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자율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손안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 과거에도 저런 독점 기업들은 있었다. 그러나 이른바 ‘GAFA’로 대표되는 최첨단 테크 기업들은 더 집요하다. 우리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모든 상황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우리 정체성의 모든 구석구석을 마음대로 접근해 살펴보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 알아채지 못한다. 이들은 악의는커녕 오히려 그 어떤 기업들보다 이상주의적인 어조, 거의 종교에 가까운 신념, 낙관주의적인 비전에 근거해 움직인다. 그래서 더 무섭다. 포어는 “이들의 궤변과 가식에 가장 많이 속고 있는 것은 아마 바로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가장 큰 부작용은 사람들이 ‘사색’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인 ‘생각을 빼앗긴 세계’는 이미 현실이 됐다. ‘최근들어 홀로 사색을 해본 적이 언제였는가’ 한번 돌아보자. 온갖 기기 중 스마트폰 하나만 이용하고 있어도 대답이 궁색해질 것이다.

포어는 ‘종이책’을 다시 잡으라고 종용한다. 인터넷을 차단하고, 홀로, 조용히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아마존에서 전자책 기기인 ‘킨들’을 구매해 사용하던 포어는 이미 종이책으로 돌아가 ‘사색’을 되찾았다. 종이책만으로 대항이 될까. 포어는 말한다. “테크 기업들이 인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흡수해 버리려고 해도 종이책 읽기는 그들이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몇 남지 않은 영역이다. (…) 우리 모두는 종이가 제공하는 보호구역으로 주기적으로 피신해야 한다. 이 보호구역은 끊임없이 침투해오는 시스템을 피해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며, 우리가 의식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낙원이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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