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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日 “중재위 불응 韓에 필요한 조치 강구”… 위기 조장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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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검토 / 안보 사안은 끌어들이지 말아야 / 실질적 대화로 일본 변화 이끌길

세계일보

일본의 경제보복을 둘러싼 한·일 강경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어제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다룰 중재위원회 구성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국 측에 의해 야기된 엄중한 한·일관계 현황을 감안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추가 보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면서 남 대사의 말을 끊고 발언하는 외교 결례를 자행했다. “한국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뒤엎는 일과 다를 바 없다”는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고노 외무상 담화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등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소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은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를 했다”며 “국제법 위반 주체는 일본”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일본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일본이 ‘수출규제 강화’가 아닌 ‘수출관리의 운용 재검토’라고 한 데 대해 “수출관리 운용 수준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일본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일본 조치의 원상회복과 한·일 당국자 간 협의도 거듭 촉구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일본의 경제보복 확대 여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문재인정부가 계속되는 한 규제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대일 의존도가 높은 1112개 품목이 사실상 보복의 전면에 노출돼 한·일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산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가전 협력사들에 “일본산 소재·부품을 90일분 이상 확보해 달라”는 긴급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하지 않는 방안이 대응카드로 거론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이 협정은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며 “협정 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협정을 깨지 말라는 뜻이다. 한·일 대치국면이 한·미·일 안보협력 틀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안보 관련 사안에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안보협력이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빠져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실질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 대일 특사 파견이나 한·일 정상회담 등 모든 외교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이 변해야 한다. 일본은 이제라도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그것만이 한·일이 상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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