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日외상 “韓, 국제질서 뒤엎어”… 주일 韓대사 불러 추가 보복 시사
김현종 “부당규제 철회 강력 요구”… 중재위 시한 지나자 갈등 2라운드
고노 외상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한국이 중재위 개최에 응하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며 “한국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뒤엎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 대사가 “일본 측에 우리의 구상을 제시한 바 있고 이 방안을 토대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양측이 함께 지혜를 모아나가길 기대한다”고 답하자 고노 외상은 “잠깐 기다려주세요”라며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한국 측의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한국에 전달했다”며 “그걸 모르는 척하면서 제안하는 것은 극히 무례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1+1’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남 대사의 말을 끊고 “무례하다”고 공개 비난하는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것이다. 고노 외상은 이어 담화문을 통해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즉시 강구하도록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추가 무역 규제 등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현종 차장은 중재위에 대해 “일본 측이 설정한 자의적, 일방적 시한에 동의한 바가 없다”며 “(수출 규제 조치로)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주체는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강제징용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모든 건설적인 제안에 열려 있다”며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는 발언과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노 외상이 남 대사의 말을 끊고 일방적인 주장을 이어간 데 대해 “고노 외상이 보인 태도야말로 무례했다”며 “우리 측 참석자가 일본 측 태도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일 갈등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할 경우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일 갈등이) 21일 참의원 선거 이후 장기전으로 간다고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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