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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냉면·돈가스… 음식 하나하나에 곁들인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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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정동현 지음|수오서재|284쪽|1만4000원

'글 쓰는 요리사'인 저자의 에세이집은 이런 구절로 시작한다. "당구장집 아들로 자라 서른 살에 요리사가 됐다." 연평도 해군기지 주방에서 조리병으로 처음 칼질을 배웠다. 파를 썰고 나머지 시간은 지문이 없어질 때까지 설거지를 했다. 모든 게 서러운 이병이었지만, 칼만 잡으면 "잠실 주경기장 무대에 서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전자 기타를 연주하는 듯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고 한다. 서른을 앞두고 멀쩡히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영국 요리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음식에 추억을 곁들인 글이 많다. 단문(短文)에 리듬감이 깃들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속(加速)이 붙는다. 매운 비빔국수에 대한 마지막 구절이 그렇다. "땀은 뻘뻘, 혀는 쏙, 냉수는 필수, 달걀 프라이는 옵션으로." 쏠쏠한 상식과 정보도 많다. 사람들이 줄 서는 냉면집 육수의 비결은 알고 보면 노계(老鷄)인 경우가 많단다.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실 때 간혹 '불 맛'을 느끼는 건, 숙성용 오크통을 만들 때 통 내부를 불로 태우다시피 하기 때문이란다. 닭 칼국수부터 경양식집 돈가스까지…. 책 제목처럼 읽고 나면 그리워지는 메뉴가 많아진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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