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등이 "용퇴해달라" 전화 땐 사퇴 압박으로 걸릴 가능성 커
상황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들은 "직권남용 논란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엔 검찰총장이 임명될 즈음이면 법무부장관이나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총장보다 선배 기수 또는 동기들에게 전화를 걸어 "용퇴(勇退)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상당수 검사장 자리를 공석(空席)으로 만들어 신임 총장이 검찰 간부 진용을 새로 짤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전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도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다. 나갈 의사도 없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자리 좀 비워달라"고 했다가 까딱하면 직권남용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올해 초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에서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사표를 낸 검찰 간부들도 "사표 내고 나가라는 전화를 받은 적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알아서 사표를 던졌을 뿐 전화받고 나간 건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은 현 정권 들어 전(前) 정권, 전전(前前) 정권 인사들을 대거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다. 과거엔 잘 적용하지 않던 죄목이었는데 이를 무기로 활용했다. 그러다 스스로 발목이 잡혀 이젠 간부들에게 함부로 전화도 못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검사장급 이상의 자진 사퇴가 늦어지면서 검찰 간부 인사도 늦춰질 전망이다. 이르면 이달 말쯤 검사장급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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