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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데스크칼럼] 오바마의 새 원전, 문재인의 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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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우리는 안전하고 깨끗한 최신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것입니다. 새 원전은 수천 개의 건설 일자리를 만들고, 완공 후에는 높은 연봉을 받는 정규직 800개를 창출할 것입니다.

신규 원전 건설을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설령 의견 차이가 있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발전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6개 원전이 건설 중인데 21개는 중국, 6개는 한국, 5개는 인도에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원전에 필요한 일자리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문지식을 축적하고 신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이든 태양광·풍력이든 에너지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그런 기술을 수출하지 못하고 수입해야 합니다. 우리는 경쟁에서 뒤처지고, 일자리는 미국이 아니라 해외에 생겨날 것입니다. 나는 그런 미래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환경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원전에 반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원자력은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에너지원입니다.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결과를 막으려면 우리는 원자력 발전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전 하나를 지으면 석탄발전소에서 매년 나오는 1600만톤의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는 350만대의 차량 운행을 멈추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원자력과 관련해 짚어봐야 할 문제점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원전 폐기물을 과거보다 안전하게 보관하고 폐기하는 방법을 찾는데 속도를 내야 합니다. 원전은 국민들의 합리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높고 까다로운 안전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바꾸려면 새로운 생각, 새로운 행동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9년 전인 2010년 2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새 원전을 건설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을 불허해왔다.

진보적 성향의 오바마에게 새 원전 허가는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집권 후 새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원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오바마 정부는 지구 환경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을 해결을 주도하는 국가로 바꾸려 했다. 그러자면 에너지 정책에 에너지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문제 해결을 포함해야 했다. 동시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에너지로 가장 이상적인 것은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아직 생산 기술이 발전하지 않아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현실적인 대안은 원자력이었다. 원전 건설을 재개하려면 안전성을 검증해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했다.

이런 복잡한 요소를 분석해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주도한 인물은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이었다. 추 장관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답게 미국 내 원전 104곳을 전부 조사한 다음 "원전이 가장 강력한 기준에 의해 안전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점을 믿어도 좋다"며 국민을 설득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전 재건은 위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시대 변화와 국익에 맞는 정책과 과학적인 안전 검증으로 국민을 설득한 덕분에 미국은 중단 없이 새 원전을 건설할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강력한 탈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2년 만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신규 원전 6개의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자 원전 산업은 붕괴하고 있다. 원전 기업 매출이 급감하고 핵심 인력은 해외로 이탈 중이다. 원전 수출도 막혔다. 한국 정부가 위험하다며 포기한 원전을 선뜻 받아 줄 나라는 없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도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태양광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산을 깎고 호수를 덮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태양광 패널 폐기물은 국토 오염을 예고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 정부의 태양광 보조금을 노린 부정과 불법이 판치고 있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을 줄인 것은 좋았는데, 전력 생산비가 싸고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 대신 값비싸고 탄소를 배출하는 LNG 발전을 확대했다. 발전 비용이 늘어난 한전은 결국 내년 하반기에 전기료를 인상키로 했다. 탈원전이 길어지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국제사회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도 힘들다.

한국이 60년간 어렵게 축적한 원전 기술은 지금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다. 한국형 원전은 국내에 값싸고 깨끗한 전기를 공급해왔고, 이제 수출을 통해 반도체, 자동차와 맞먹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2년간의 탈원전으로 60년 만에 맞은 기회는 허망하게 날아가고 있다.

김종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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