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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전종환 MBC 아나운서 “계약직들, 파업 당시 대체인력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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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훈 변호사 “응시한 계약직을 탓하는 것은 비겁해”



전종환 MBC 아나운서는 지난 19일 “비정규직(계약직) 아나운서를 옹호하는 논리 중 하나는 이들이 파업이 발생했던 2017년 이전에 입사했기 때문에 대체인력이 아니라는 주장이지만 제 생각은 좀 다르다”고 밝혔다.

전 아나운서는 이날 페이스북에 “MBC와 계약직 아나운서 문제로 시끄럽다. 차분히 정리할 필요가 있어 글을 남긴다”며 이같이 적었다.

전 아나운서는 “2012년 장기파업 이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쫓겨난 아나운서는 11명이고, 그 자리에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정확히 11명이 들어왔다”며 “지난 30년 동안 2년에 걸쳐 아나운서 11명을 뽑은 전례는 없었다. 너무 많은 숫자”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쫓겨난 11명을 대체하기 위해 비정규직 11명을 뽑았다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고, 2017년 파업 당시 이들은 대체인력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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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난 16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 법에 근거한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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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는 MBC가 지난해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계약갱신 기대권’이 있다고 본 것이다. 서울서부지법도 지난 5월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대해 전 아나운서는 “그렇게(대체인력으로) 뽑은 계약직들에게 어떤 회사가 ‘너희들은 2년 뒤 나갈 테니 그 때까지만 열심히 해’라고 말을 하겠나. ‘내 말만 잘 들으면 정규직 될 거야. 열심히 해. 이 기회에 자리 잡아야지.’ 아마도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MBC에서도 이런 말들이 공공연히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쟁의가 생기면 사측은 대체인력을 구할 것이고, 대체인력은 사측 회유의 말을 근거로 ‘갱신기대’를 주장할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전 아나운서는 “저희는 이런 상황이 두렵다. 그래서 ‘갱신기대권’을 쉽게 인정할 수가 없다”며 “비정규직 아나운서 개개인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 정권 당시 언론 탄압 과정에서 나온 말들이 ‘갱신기대권’으로 인정받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아나운서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입사했던 2016년과 2017년. 누군가는 대체인력이 되길 거부하며 입사 지원서를 쓰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시기를 놓쳐 방송사 입사가 좌절됐을 수도 있고, 어디선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서라도 갱신기대권은 맥락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판단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앞서 손정은 아나운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무림치는 너희(계약직 아나운서들)의 모습이, 더 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구나”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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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훈 변호사는 전 아나운서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판 글을 올렸다. 박 변호사는 “이른바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로 2016년 4월과 2017년 5월에 입사한 노동자들이 본 채용공고에는 모두 ‘평가에 따라 계약 연장 가능, 향후 평가 등 회사 내부 기준에 따라 고용형태 변경가능’이라고 적시되어 있었다”며 “그리고 경영정책상으로도 이들에 대한 고용형태를 변경한다는 문서가 존재했다. 이것이 가장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핵식점 근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정규직이 될 거야”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는 것이 갱신기대권의 핵심이라고 설명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또 “반노동 경영의 책임은 그 채용시험에 응시한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 경영진에게 있다”며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그 시험에 응시한 노동자들을 탓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채용에 응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위협함으로써 다시는 반노동 정책에 응할 사람들을 만들지 않겠다고 하는 발상은 올바르지도 않고 실현 가능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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