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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日규제 2주]"신뢰 문제"→"北 밀반출"···그때그때 다른 日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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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조치 내놓은 일본 발언 추이

신뢰 상실 주장서 이젠 국제질서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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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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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로 촉발된 한ㆍ일 갈등이 경제에 이어 안보로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발언 수위와 범위도 진화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발언 수위는 ‘강(强)’으로 유지하되 경제 보복의 직구에서 국제법 위반 등의 의제 다변화로 변화구를 구사하려는 태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위시해 경제산업성이 첫 총대를 메고 경제 조치를 취한 뒤, 이젠 외무성이 국제법 위반의 논리를 주장하며 게임의 판을 키우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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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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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 있을 것" 보복 예고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분석해보면 이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판결 후 일본은 발언 수위를 차차 높여왔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올해 3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 자산 압류 등으로 피해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에 대해 송금 중단 및 비자 발급 중지 등 여러 보복 조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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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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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꺼내며 "WTO 위반 아니다"

이후 정부 및 여당의 요직들은 역할 분담에 들어갔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니시무라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장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자민당 간사장은 나팔수 역할을 맡았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를 노릴 수 있는 ‘조용하지만 아픈 한 방’을 준비했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준비해 7월1일 공식 발표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총리) 관저의 지휘 하에 정부 각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처음의 경제 조치 등 돌직구에 이어 이젠 각종 변화구를 구사하며 한국을 계속 다양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내놓은 논리가 “국가 간 신뢰 관계로 한 조치를 재검토한 것으로 WTO 규칙에 맞다”(아베 2일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였다.



"북한에 흘러간다" 치고 빠지기

그러다 일본 측은 '북한 카드'라는 변칙구까지 꺼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4일 “(한국으로 수출된 화학물질 중 군사 전용 가능한 물품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있다”고 주장했다. 수출품 통제에서 특혜를 주는 '화이트 국가' 배제 조치의 숨은 이유처럼 들고 나왔다. 그러곤 정부 당국자들은 "(정부 차원에서) 밝힌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제질서 위반" 판키우기

한ㆍ일 갈등은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청와대도 18~19일 연이어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젠 일본에서 외무성이 나설 차례다. 한때 “그래도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던 외무성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못했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나설 차례다. 그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논리로 국제사회 여론전을 몰아치고 있다. 19일 남관표 주일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자리에서 남 대사의 말을 자르는 등, 정통 외교 문법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결례도 불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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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고노 다로 외상이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왜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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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불만까지 노출

아베 총리에 대해선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엄호를 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일본이 의혹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면 국제기구 검증을 받자”는 제안을 한 것에 대해 응대한 것도 세코 경제산업상이었다. 이웃 국가의 지도자의 발언에 대해 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대응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베 총리는 또 강제 징용 판결을 넘어서 위안부 합의까지 건드리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2015년 한ㆍ일 위안부 합의는) 유엔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긍정) 평가했는데, (한국 때문에)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해오고 있다.

한ㆍ일 갈등은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내게 (일본과) 무역 관련 마찰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내게 관여를 부탁했다“고 말했으나 적극 개입 의사까지는 비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 대해선 ”좋아한다“고 표현했고, 아베 총리에 대해선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매달 아베 총리의 초청에 응해 일본을 방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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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아베신조 총리가 11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 정상기념촬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하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다낭=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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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본의 변화구에 한국 정부가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은 앞으로 속도 조절은 하겠지만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는 낮추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일본 내 여론도 이번 조치와 관련해 아베 정권을 지지하는 편인만큼 아베 정권이 관련 압박을 낮출 이유가 없음을 직시하고 냉정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박철희 교수도 “일본이 이러다 말겠지 라는 희망적 사고를 사실로 오독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일본은 한국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뒀다. 한국도 감정이 아닌 논리에 의한 대응을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수진ㆍ이승호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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