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지소미아' 카드 엇갈린 시선…美 반응했지만 자충수 우려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연장 검토 가능성을 내세운 것과 맞물려 미국이 반응하고 있다. 한·일 경제 갈등이 안보 영역으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미 측의 민감한 기류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양자가 해결해야 한다"며 한·일 갈등을 관망하던 미국은 지난 1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지소미아 재검토 시사 발언이 나오면서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미 국무부는 직후인 18일(현지시간)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를 전폭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과 한국을 연쇄적으로 찾는다.

중앙일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국제질서를 한·미·일 3국 공조로 풀어가려는 미국은 지소미아를 매개로 한·일의 안보 협력을 원하고 있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지소미아는 단순한 군사정보 교환 협정 이상의 의미”라며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함께 협력해 북한 핵 위협에 맞서고, 중국을 견제하자는 함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볼턴 보좌관이 한·일을 방문하는 목적으로는 북핵 실무협상과 관련된 사안이 우선 꼽히지만 이 과정에서 한·일의 안보협력을 점검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경제 갈등이 안보 영역으로 번지지 않도록 미국이 지소미아를 일종의 ‘방화벽’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이때문에 한·일 갈등 국면에 등장한 지소미아 카드가 자칫하면 일본에 '한국 패싱'의 빌미를 주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한·미·일 탄탄한 안보협력이 동아시아에서 자신들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고 여긴다”며 “미국에선 한국이 지소미아 재검토를 통해 동북아 전략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홍규덕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건 일본의 움직임”이라며 “일본이 미국의 불만을 이용해 한국을 3국 협력에서 배제한 채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선 지소미아 재검토 카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노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한·일 양국이 지소미아를 통한 군사정보 교류를 중단할 경우 한ㆍ미ㆍ일 3국 모두의 평화 유지와 갈등 억제 능력을 직접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관리들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지소미아를 한ㆍ일 두 나라에 일시적인 정치적 차이 때문에 폐기하는 것은 매우 경솔한 행동임을 주지시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지소미아를 협상 카드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동맹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고,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선 지소미아 재검토가 충분히 내비칠만한 카드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실제 한·일간 주고받은 정보가 별로 없는 등 효용성이 떨어진다”며 “일본이 먼저 한국의 전략물자 밀수출을 주장하고 경제문제를 안보문제와 연결 짓는 상황에서 지소미아 유지 명분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지소미아도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며 “미국의 협력을 불러내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간담회에서 “상황이 있을 때 (지소미아를 통해) 정상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효용성이 있으니까 유지를 해온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당국자는 “한·일 군사 정보가 미국을 통해 공유된다고 하지만 정보는 그 주체가 많을수록 좋다”며 “새벽에 쏘아 올린 북한 미사일 정보를 지소미아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한 적도 있다. 지금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줄은 상황이지만 남북 관계가 악화했을 때를 대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