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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자진사퇴 CEO들 알고보니 해고"..겉으론 ‘웃고’ 속으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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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사퇴 종용받는다" 52%
새 일자리 고려해 스스로 물러나
회사서도 ‘소송 방지’ 명성 유지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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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들은 대개 자진사퇴로 회사를 떠나지만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사실상 해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천양지차다.

물러나는 CEO들은 새 일자리를 찾는데 걸림돌이 되는 '해고'를 꺼리고, 회사는 소송가능성을 줄이는 동시에 명성에 금이 가지 않도록 서로 겉으로는 웃으면서 헤어지는 것이다.

CNN비즈니스는 19일(현지시간) 연구결과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이런 절차를 거쳐 해고되는 CEO들은 특이하게도 동종업계에서 더 높은 대우를 받으며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경영진 탈퇴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인 엑서체인지(Exechange)가 지난 2년간 러셀3000 지수 편입기업 CEO 사퇴 발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사퇴 발표의 절반이 넘는 52%가 해고에 가까웠다.

이제 때가 됐다거나 갑자기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려 한다며 스스로 물러난 경우에도 사실상 해고가 많았다. 대니얼 샤우버 엑서체인지 창업자는 "물러나는 CEO 2명 가운데 1명 이상은 강하게 사퇴를 종용받는다"고 압축했다.

엑서체인지는 0~10점까지로 사퇴를 구분했다. 자발적인게 거의 확실한 경우는 0, 공개적으로 사퇴를 종용받은 경우는 10을 부여하는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자진사퇴보다는 해고에 가깝다는 것을 뜻한다. 5점 이상부터는 해고로 볼 이유가 충분해지는 것이다.

콘퍼런스보드가 'CEO 지놈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2001~2017년 퇴사한 CEO들을 대상으로 주가와 퇴임 당시 CEO 나이 2가지에만 초점을 맞춘 이 연구에서는 물러난 CEO의 24%가 성과부진으로 사실상 해고됐을 것으로 결론이 났다.

콘퍼런스보드의 마테오 토넬로 상무는 다양한 해고 배경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고되는 CEO들의 비중이 24%를 크게 웃돌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고된 CEO 73명을 인터뷰한 결과 낮은 실적이 30%로 가장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고, 이사회와 껄끄러운 관계(26%), 핵심 능력부재(22%) 등이 뒤를 이었다. CEO의 독단도 12%를 차지했다. 중범죄를 저지르거나 심각한 추문을 일으킨 경우에는 확실하게 사퇴가 아닌 해고로 처리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해고되더라도 대개 자진사퇴라는 형식을 취하는 것은 회사나 CEO 개인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보스웰그룹의 케리 설코비츠 이사는 "이사회가 CEO를 해고하면 이사회 자체의 실패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들은 실패한 CEO를 고용한 공범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회사와 CEO들은 대개 상호비방금지에 합의하는데 이는 회사로서는 명성을 유지하는 한편 새 CEO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한 조처다. CEO들도 해고가 아닌 자진사퇴로 처리될 경우 새 일자리를 얻는데 유리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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