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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돈 풀고 외자 끌어들이고…中, 경기하강 막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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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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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금융시장 개방을 위한 세부 조치를 발표하며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금융시장 진입 문턱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중국은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서비스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투자 제한 규제를 당초 2021년에서 2020년으로 1년 앞당겨 완전히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또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외자 금융기관에 중국 채권 판매 자격을 부여하고 외국 신용평가사가 사실상 모든 중국 채권에 대해 신용등급을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심지어 중국의 국민연금으로 통하는 양로기금을 관리하는 회사를 설립하거나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이 전방위 금융시장 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외자'를 끌어들여 경제 규모 대비 후진적인 금융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민영 기업을 외자를 통해 직간접으로 지원하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아울러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에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현 상황도 중국 당국이 금융시장 개방을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하도록 재촉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20일 중국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11개 세부 사항이 담긴 '중국 금융업 대외 개방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지난 2일 리커창 총리가 랴오닝성 다롄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전면적인 금융시장 개방 박차' 의지를 드러낸 이후 불과 한 달도 안 돼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공개된 것이다.

금융안정발전위원회가 공개한 11개 개방 조치는 시장과 담당 부처별로 △채권시장(인민은행) △양로기금과 금융상품 시장(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시장(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11개 개방 조치 중 시장 눈길을 끈 대목은 '채권시장 개방'이다. 중국 당국은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외국 금융기관에 은행 간 거래 채권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또 외국 신용평가기관이 은행 간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채권에 대해 신용평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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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제적 공신력을 갖춘 외국 신용평가사가 중국 회사채에 대해 신용등급을 평가하게 되면 외자 유입과 함께 채권 거래를 더욱 활발히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차이징과 중신증권은 "중국의 채권시장 개방 조치는 자금난에 빠져 있는 민영 중소기업들이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며 "외자가 중국 채권시장에 진입하는 투자 경로가 보다 편리하게 재정비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자가 중국 채권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홍콩을 통해 투자하는 채권퉁,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와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등을 이용해왔는데 향후 관련 제도들이 외자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방식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헝루이차이징컨설팅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 채권에 투자한 규모는 1조6861억위안으로 전체 투자 규모 중 3.08% 수준이다.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담당하는 은행과 보험 분야에서도 개방 조치가 발표됐다. 중국의 국민연금 격인 양로기금에 대해 외자가 이를 관리하는 업체를 설립하거나 지분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자금중개(브로커리지)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을 세울 수 있도록 허용했다. 나아가 중국 금융(재테크) 상품시장 경쟁력을 높기 위해 외자에 금융상품 취급 회사의 지분 지배권을 인정해주기로 결정했다. 보험시장 진출 문턱도 낮아졌다. 그동안 외자가 중국 보험시장에 들어가려면 '30년 이상 경영 경력'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으나 이번 조치로 폐지됐다. 아울러 중국 보험자산관리공사에 대한 지분 보유 제한(25% 미만) 규제도 사라지게 됐다. 마지막으로 이달 초 리커창 총리가 언급했듯이 증권사와 생명보험, 자산운용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은 2021년에서 2020년으로 앞당겨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11개 조치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19일 열린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류허 부총리는 "국내외 정세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에 따른 금융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중소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험을 제때 해소해 실물 경제로 전염되는 경로를 차단하고, 금융과 기술 간 융합 트렌드와 국제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과 기업 자금난 등 문제를 푸는 해법 중 하나로 금융시장 개방을 통한 외자 수혈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선진적인 금융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던 중 미·중 무역전쟁이 터져 금융시장 개방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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