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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C세대에게 투잡은 미래투자…"돈 안돼도 하고픈 일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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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세안 'C세대'가 뜬다 ① ◆

'아세안 C세대'들에게 투잡(two-job)은 곧 투자다. 프리랜서도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다. 하노이에 사는 안비엣응 씨(28)는 "저축보다는 일과 소비가 곧 내 삶을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국립건설대 건축학과 강사이지만, 본업은 따로 있다. 그는 또 히엔타인 23번가에 소재한 AHA건축사무소에서 수석 건축사로 일하는 '투잡족(族)'이다. 그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저녁 7시쯤 퇴근하고, 집에 가서는 자정 너머까지 일한다. 먹고 자고, 카페에서 30분 정도 쉬거나 지인들과 수다를 떠는 잠깐을 빼면 종일 '워킹 모드'다.

그런데 그는 "월급이 적어서 일을 두 개씩 하는 줄 알지만 그런 건 편견"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가 국립대 출강으로 버는 돈은 한 달에 320달러(약 37만2000원)뿐이다. 하노이 장바구니 물가가 서울의 40% 정도인 걸 감안해도 생활하기엔 모자라다. 하지만 그가 AHA사무소에서 버는 돈은 월평균 1300달러(약 151만2000원)다.

강사를 그만두고 사무소 일을 조금 더 하는 게 '가성비' 측면에서 낫다. 베트남 관광산업이 뜨는 터라 어차피 리조트·레스토랑 설계 주문이 꾸준하다.

하지만 안비엣응 씨는 "일하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두 개 직업과 소비'가 내 삶을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라면서 "하나에 집중하면 더 쉴 수 있지만, 가르치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식이어서 투잡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차우민당 씨(28)는 호찌민시 빈타인 컨설팅업체 '커넥티 아이 베트남(Connecty I Vietnam)'에서 일한다. 주말에는 하노이를 찾는다. 2015년 친구들과 함께 만든 하노이~사이공 일대 맛집·카페 평가 애플리케이션 '소쇼드(SoChaud)' 업그레이드 작업을 한다. 그는 "일이 많다고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투잡은 '이중생활'을 하는 기분이라 신선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필리핀 마크와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마틴 씨(26)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다. 그는 "인테리어·자동차 디자인회사에 다녔는데 세계여행을 다니고 싶어서 프리랜서를 택했다"면서 "부모님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게 더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파는 '크리에이터'도 인기다. 필리핀 케손시티에서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K뷰티(한국 화장품) 마니아' 아이위 데 갈라 씨(30)는 '유해성분 0%' 화장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우리나라 'MICHELLEDYY'나 태국 'mintchyy' 같은 메가 인플루언서를 좋아한다"면서 "그런 걸 꿈꾸는 사람들이 많고 먹고사는 걱정도 있지만, 불확실하다고 고민만 하기보다 시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매일경제신문·마닐라 불러틴의 공동취재를 통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특별취재팀 = 자카르타·방콕 = 임영신 기자 / 하노이·치앙마이·치앙라이 = 김인오 기자 / 자카르타·마닐라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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