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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재계에 번지는 ‘착한 기업론’… 매출에 목매는 관행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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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사회적 책임 강조 / “대형·유명브랜드 만으론 성장 한계 / 사회적 공감 얻어야 지속 발전 가능” / 한·일 갈등 따른 그룹 피해 의식한 듯 / SK그룹, 獨 전문기업 등과 손잡고 / 사회적 가치 계량화 연구 진행 나서

‘착하고 좋은 기업’을 일구기 위한 경영철학이 재계에 새로운 지향점이 되고 있다. 특히 사정은 서로 다르지만 기업 총수들이 이 같은 가치를 선언하고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히면서 재계 전반에 새로운 기업 문화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세계일보

신동빈 회장(왼쪽), 최태원 회장


20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닷새간 이어진 그룹의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신 회장은 “오늘날처럼 수많은 제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특징 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외면받게 된다”며 “기업이 단순히 대형 브랜드,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 회장은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만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그룹의 안정성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한 뒤 “이제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어 사회와 공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공감’을 화두로 내세운 데는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한 국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는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는 직접 연관성이 없지만 유니클로나 무인양품, 롯데아사히 주류처럼 일본 합작사가 많다. 특히 최근 유니클로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 폄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위험 사례다. ‘유니클로’ 한국 수입·판매사인 에프알엘코리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성난 여론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시 한번 공식 사과할 것임을 시사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유니클로의 대체 브랜드를 공유하며 불매운동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신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나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등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면모를 갖춰 기본을 충실히 해 ‘국민의 신뢰를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회적 가치’ 경영철학에서 ‘퍼스트 무버’ 격인 SK의 행보도 관심이다.

SK그룹에 따르면 SK와 세계적 화학사 바스프가 공동으로 주도하고 노바티스, 보슈 등 글로벌 기업 8개사로 구성된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개발 협의체’가 구성돼 사회적 가치 체계를 계량화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협의체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KPMG, 딜로이트, 언스트앤드영(EY) 등 글로벌 4대 회계법인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도 손을 잡았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바스프가 먼저 제안해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미 SK는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산하 국영기업과 한국 공기업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개발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SK의 모델은 경제간접 기여 성과(고용·배당·납세)와 비즈니스 사회성과(환경·사회·지배구조), 사회공헌 사회성과(사회공헌 프로그램·기부·구성원 자원봉사) 등의 항목에서 발생한 가치를 계량화하는 방식이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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