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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유통가 블랙리포트]④ 불매운동 표적된 유니클로, 한국진출 후 최대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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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 폄하 논란으로 유니클로 불매 운동이 확산하자 유니클로가 추가 사과문 발표를 검토 중이다. 본사 임원의 발언 이후 1차 사과문이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만 사자 유니클로는 세일을 연장하고 추가 사과문 발표를 검토하는 등 뒤늦게 사태 진압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 오카자키 타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결산 기자회견에서 “불매 운동이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의지를 깎아내렸다. 이후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향한 비난 여론이 쇄도했고 유니클로 매장 곳곳에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1인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유니클로코리아(FRL코리아)는 닷새만에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당시 해당 임원의 발언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고객님들께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이며 그러한 노력을 묵묵하게 계속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으나 해당 1차 사과문은 본격적인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사과문을 발표한 곳은 FRL코리아다. 이 회사는 유니클로 브랜드의 한국 내 의류 수입과 판매 등을 맡고 있다. 이는 2004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지분 51%와 49%를 투자해 설립된 합작사다. FRL코리아 측은 패스트리테일링의 사과 내용을 대신 전한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사과한 것이 아닌, 언론사를 통한 ‘간접적인 사과’였기에 소비자들은 용납할 수 없다며 오히려 불매운동의 강도를 높였다. 일본 본사가 사과문을 직접 발표한 게 아닌 데다 공식 홈페이지나 공식 SNS채널 등에는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은 것도 대중의 반감을 샀다.

FRL코리아 측은 “사과 입장은 일본 유니클로 본사와 협의 끝에 나온 것”이라며 “FRL코리아 입장이 곧 본사 입장”이라고 설명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FRL코리아의 49% 지분을 소유한 롯데 측도 해명에 나섰다. 황각규 롯데 부회장은 17일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그룹 사장단 회의 후 “소통의 문제로 오해가 발생했다”며 “어떤 재무 임원이 투자자 앞에서 악재가 오래 갈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배우진 FRL코리아 대표도 사장단 회의 후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90도까지 숙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일본 임원이 망언하고 한국 임원이 사과하는 행태도 잘못됐다”며 “일본 본사의 직접적인 사과가 없는 것은 ‘반쪽짜리 사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니클로는 2차 사과문을 다시 발표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20일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부족함을 느낀다”며 “추가 검토해서 고객에게 (사과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유니클로는 당초 18일까지 3주간 진행하려던 ‘썸머 파이널 세일’을 오는 25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했다. 세일 기간 연장에 소비자들은 더욱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소비자들은 “은근슬쩍 세일 기간을 연장해 실적을 만회하려는 꼼수”라며 “아무리 세일을 대대적으로 하더라도 유니클로 제품은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한편 유니클로 불매운동은 일본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촉발됐다. 일본 제품을 사지도 말고 일본에 가지도 말자는 이번 불매운동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일본 제품 목록이 공유되고 기존에 예약했던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주말에는 시민 1000여명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경제보복 아베 규탄 촛불집회’를 열고 일본의 경제보복과 과거사 왜곡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실질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예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유니클로의 경우 초기 대응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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