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 설정이 오히려 그룹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어 사회와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하반기 롯데 밸류크리에이션 미팅(VCM, 옛 사장단 회의) 마지막날 제시한 핵심 키워드는 ‘공감’(共感)이었다. 공감은 신 회장은 물론 롯데그룹 내에서도 자주 쓰지 않은 단어로, 의외의 메시지였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평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제공=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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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롯데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잘 파는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소신에 따라 그룹 전체가 사회문제 등에 대해 거리를 뒀다. 이에 ‘롯데’라는 빅 브랜드를 갖고 있는데도 ‘좋은 기업’ 이미지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최근 5년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조사,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신 회장의 구속 등 큰 사건이 한꺼번에 터졌는데도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

신 회장은 롯데의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없다고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 회장은 이날 계열사 임원들에게 “기업이 단순히 대형 브랜드,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 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뉴롯데’의 비전을 ‘공감’으로 압축한 것이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어 “최근의 빠른 기술 진보에 따라 안정적이던 사업이 단기일 내에 부진 사업이 될 수 있다”며 “투자 진행 시 수익성 검토와 함께 사회, 환경, 지배구조 등의 요소도 반드시 고려되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우수한 젊은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의 올해 하반기 VCM은 ‘내부 기업설명회(Internal IR)’ 형식으로, 회의에 참석한 계열사 대표이사 및 임원들에게 100억원의 가상화폐를 주고 투자하도록 했다.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계열사는 롯데칠성음료, 롯데홈쇼핑, 롯데면세점, 롯데케미칼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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