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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취재수첩] 깜깜이 공시가격이 부른 재산세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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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36)는 최근 재산세 고지서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살던 집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7월분 재산세(114만원)가 지난해보다 28%나 올라서다. 9월분까지 합하면 228만원이다. A씨는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왜 공시가격과 세금이 이만큼 올랐는지 속 시원히 설명해주는 곳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공시가격이다. 세금, 복지 등 60여개 행정 항목에 쓰이는 중요한 지표거니와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터라 얼마나 오를지 관심이 높았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4.02%로 12년 만에 최고치였다. 이를 바탕으로 산정되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도 당연히 따라 오를 상황이었다. 7월 들어 서울 25개 자치구가 재산세 고지서를 발송하면서 세금폭탄 우려는 현실화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14일 기준 공동주택에 부과된 재산세(1조436억원)는 역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8930억원보다 16.9%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앞의 A씨처럼 매년 수백만원의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이들이 정작 왜 이 금액만큼을 내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이 20%를 넘는 ‘강남 3구’ ‘마용성’ 지역에서는 수입 없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폭주했다. 여기에 애초 일관성 없이 들쭉날쭉했던 ‘고무줄 공시가격’ 논란도 불신과 조세저항을 더욱 키웠다. 올해 공시가격 수정을 요청한 건수는 지난해의 22배인 2만8735건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공시가격 의견 접수에 대해 30쪽짜리 설명 자료를 제공한다. 납세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란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시가격 산정 과정이 전면 비공개다. 산정 기준을 물으면 ‘합리적으로 산정했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온다. 투기 억제도 좋다지만 이래서는 정부 믿고 꼬박꼬박 세금 낸 1주택자 국민만 호구 만드는 꼴이다. 투명한 과표, 그리고 조금 더 친절한 설명이야말로 투명한 정책의 첫걸음 아닐까.

매경이코노미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8호 (2019.07.24~2019.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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